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남편 성염색체 이상으로 불임…혼인취소 사유 될까?

대법원 "부부생활 계속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사유 아니다"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5-03-03 10:41 송고 | 2015-03-04 12:44 최종수정
2015.03.03/뉴스1 © News1
2015.03.03/뉴스1 © News1

A(33·여)씨는 2011년 1월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매로 남편 B(39)씨를 만나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신혼의 달콤함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A씨는 결혼 직후부터 아이를 가지길 원했지만 B씨가 무정자증에 성염색체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어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병원 진단 결과 B씨는 무정자정과 더불어 정상적인 남성의 46XY 염색체가 아닌 45X 세포와 46XY의 염색체가 섞여있는 '모자이시즘'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가 처음부터 불임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자신과 결혼했다고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B씨는 형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을 하자고 A씨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부부관계의 신뢰는 금이 갔다.

 

결국 A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혼인 취소와 함께 위자료 1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도 역시 이혼과 함께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냈다.

 

재판의 쟁점은 성염색체 이상에 따른 B씨의 성기능 장애가 민법 816조 2호에서 규정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에 해당하는 지 여부였다.

 

1심은 B씨의 장애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에 해당하지는 않아 혼인취소 사유가 될수 없다고 봤다.

 

다만 결혼생활 파탄 책임이 B씨에게 있다고 보고 A씨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이혼과 함께 B씨가 위자료 50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B씨가 불임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을 A씨의 심경을 이해하지 않고 관계회복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2심은 이혼과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은 유지하면서도 B씨의 장애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에 해당해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고 달리 판단했다.

 

A씨가 B씨의 성기능장애를 미리 알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매결혼은 2세에 대한 기대도 중요한 선택요소로 고려하는 점 등이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의 본질은 양성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며 "배우자의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단은 성염색체 이상으로 불임이 민법 816조 2호에서 규정한 혼인취소 사유가 되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판시를 내는 첫 사례로써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enno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