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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크라우드펀딩 '사금고'화 우려..개미돈 수십억 대주주 관계사로

한국금융플랫폼, 자체 플랫폼 통해 모은 17억 대주주 및 지인 기업에 투자
일부 기업 재무구조 열악하고 경영내용 불투명..그런데도 '우수기업' 평가·투자추천

(서울=뉴스1) 송기영 기자, 신건웅 기자 | 2015-03-03 20:58 송고 | 2015-03-05 19:37 최종수정
2015.03.05/뉴스1 © News1
2015.03.05/뉴스1 © News1


자신이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개인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대주주와 그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집중 지원한 사례가 나타나 파문이 예상된다. 해당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업계 1위로 평가받는 한국금융플랫폼이다.

크라우드펀딩이 사실상 대주주 '사금고'로 쓰이고 있는 셈인데 투자된 회사의 경영상태가 부실하고 경영내용도 불투명해 자칫 폰지사기로 발전할 우려마저 일각에서 제기된다. 주로 각각 50명이하의 개인들로부터 사모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크라우드펀딩의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법 제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금을 인터넷이나 중개업자를 통해 모으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제도권 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 개인들로부터 모은 수십억, 대주주 관계사로 흘러가


4일 관련 업계와 한국금융플랫폼, 관련 회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크라우드펀딩 업체 한국금융플랫폼은 자신이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퍼튠(Oppertune)을 통해 2012년5월부터 지금까지 개인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자금을 조달, 이중 17억1967만원을 한국금융플랫폼과 이바디웍스, 다산국제학교, 예공 등에 나눠 투자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한국금융플랫폼 대주주 김동연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기업이다. 자기가 만든 플랫폼을 통해 개인자금을 모집, 자기와 대주주 관련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김 회장은 위치 추적 단말기를 개발한 벤처기업 예공도 운영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중인 예공은 한국금융플랫폼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한국금융플랫폼은 또다른 크라우딩 펀드 플랫폼 머니옥션도 운영중이다.

한국금융플랫폼과 오퍼튠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예공은 지난해 4월 오퍼튠 플랫폼을 통해 지분투자 방식으로 개인 23명으로부터 32450만원을 조달했다. 투자 3년 후 매입한 가격의 13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약속했다. 

서울 강남에서 휘트니스센터를 운용하는 이바디웍스도 2012년 오퍼튠을 통해 12517만원을 조달받았다. 오퍼튠 공시자료에 따르면 기대수익률은 34%로 제시됐고 52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바디웍스는 지난달 26일부터 2년 만기 회사채를 15000만원 규모로 추가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이자율은 10%로 높다.

이 회사 역시 한국금융플랫폼의 전 대표이사 사장인 김지일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었다. 김지일 대표는 한국금융플랫폼이 설립될 당시 대부업체인 트리플리치매니지먼트대부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이후 머니옥션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김동연 회장과 김지일 전 대표는 2000년대 초 한 전자회사에서 함께 일했었다. 김 회장은 이 회사의 오너였고, 김 대표는 전문 경영인으로 있었다. 이 인연이 한국금융플랫폼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회사는 2004년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바디웍스의 주요 주주는 김 회장과 같은 회사에 근무한 사람들이다. 이바디웍스의 공동대표이사 및 사장인 K씨도 당시 이 회사의 감사로 있었다. 

미국 명문대 진학을 위한 특화형 국제학교로 알려진 다산국제학교(설립자 : 김윤호)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27000만원을 사모로 모집했다. 투자는 2014년1월부터 다산국제학교의 대표로 재직중인 김지일 씨다. 투자 3년 후 매입한 가격의 130%에 주식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약속했으며, 3년 투자 시 148%의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 한국금융플랫폼도 오퍼튠 통해 고금리 회사채 발행

한국금융플랫폼도 2012년 오퍼튠 플랫폼을 통해 두차례 걸쳐 10억원을 사모로 지분투자방식으로 모집을 마감했다. 사모 당시 한국금융플랫폼은 2015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하고, 주당 모집금액(3500)에 비해 18% 높은 4145원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플랫폼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잘못 명시해 금액이 다소 차이가 난다"면서 "한국금융플랫폼이 10억을 모집한 것은 맞지만 실제 성사된 금액은 2억1500만원이며, 예공도 투자 취하 등으로 최종 조달된 금액은 2억6800만원이다"고 해명했다. 

지난해에는 전환사채(CB)를 두 차례 49명의 투자자로부터 사모로 모집했다. 12%의 이자율을 약속하면서 당초 2015년으로 잡힌 상장계획을 변경, 2018년 홍콩이나 일본으로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설명서에도 모집액수와 재무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모 CB의 금리가 연 10%를 넘어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전환사채의 경우 기업이 상장됐을시 추가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금리가 다른 사채보다 다소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BBB+등급의 회사채(3년만기) 금리는 6.2~6.7% 수준인데 반해 BBB-등급 금리는 8.5~9.1%에 이른다.

한국금융플랫폼은 재무제표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금융플랫폼과 같은 중소기업이 연 12%에 달하는 전환사채를 발행할 정도라면 자금난이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대주주 운영하는 적자 기업에 '사업성 우수' 평가.."대주주 사금고 우려"

관련 업계에서도 한국금융플랫폼의 이런 영업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의 공백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이 사금고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느 거이다.

한 오퍼튠 회원은 "오퍼튠이 제공한 투자정보만 보면 다산국제학교나 이바디웍스가 대주주와 관계있는 회사인지 알 수 없었다"며 "또 사업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아 대주주 관계사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플랫폼의 관계사 자금 조달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특이한 경우"라며 "자금을 지원 받는 업체의 상환능력과 재무상황을 한국금융플랫폼이 제대로 심사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오퍼튠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투자정보에 따르면 김지일 대표가 운영 중인 이바디웍스는 2013년 기준 자본총계가 9억원 수준이며순이익이 17000만원에 불과하다. 차입금도 24억원에 달한다그나마 2013년 14790%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자본을 늘리면서 지난해 264%로 낮아졌다. 

그러나 오퍼튠은 이바디웍스에 대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으면서 '사업성 우수'라고 추천했다.

이에 대해 모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기본적으로 피트니스클럽은 선수금을 받는 구조인데이익이 나고 있음에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정상적 구조는 아니라고 판단되며, 비싼 이자를 내면서까지 자금조달을 하는 것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오퍼튠이 공개한 투자정보에 따르면 예공은 2013년 매출액 1억9600만원에 영업손실 3억7500만원, 순손실 3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오퍼튠은 예공이 2015년 271억원, 2016년 607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산국제학교도 마찬가지다. 다산국제학교 투자 정보에는 실적이나 부채 비율이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오퍼튠은 다산국제학교가 2015년 10억6000만원, 2016년 22억4000만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대부업의 하나로 취급돼 대주주에 대한 여신공여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크라우드펀딩의 법제화가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통과된다 하더라도 한국금융플랫폼은 중소기업이라 관련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대주주 관계사에 마음대로 돈을 빌려주고 투자해도 법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

게다가 한국금융플랫폼은 대주주 관계사에 자금을 공여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연 20~30%의 고수익을 제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투자 광고의 내용에 특정 투자일임계좌의 수익률 또는 여러 계좌의 평균수익률을 제시하는 행위는 불건전 영업행위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손실 가능성을 명시하지 않은 채 확정 수익률을 제시한 것은 불법"이라며 "CB금리가 12%라는 것도 신용등급이 낮고, 재무상황이 위험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동연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오퍼튠은 펀딩을 희망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자체 평가 시스템에 따라 평가해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대주주 관계 기업에 대해 자금을 집중 공여한 것과 관련해서는 연락이 닿질 않았다. 




rc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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