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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차관 '과거사 공동책임' 발언 논란 일파만파 확산

美 오바마 행정부 입장 변했나?…발언 배경 두고 해석 분분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5-03-02 16:36 송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 2015.1.29/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인 웬디 셔먼 정무차관이 한·중·일의 과거사·영토 갈등은 3국 공동의 책임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카네기국제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과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의 소위 '위안부 여성'과 관련해 일본과 다퉈왔다"며 "역사교과서 내용 및 심지어 해역 명칭에 이르기까지 의견 불합치가 있는데 이는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좌절감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전해진 후 일본의 역사왜곡 움직임을 비판해온 한국과 중국을 겨냥하며 책임을 전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국내 여야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유럽에 가서 나치를 용서하고 유럽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셔먼 차관의 이번 발언이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 주요인사들의 발언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것은 전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쇼킹한 일이었다"고 강조해 과거사 문제를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사는 덮고 가자'는 식의 셔먼 차관의 발언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1월 아베(安倍)담화 관련 질문에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에서 표현된 사과가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서 중요한 장을 기록했다"며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될 아베담화에도 같은 표현이 담겨야한다는 식의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셔먼 차관은 이번에 "민족적 감정이 이용될 수 있으며 어떤 정치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도발은 진전(progress)이 아닌 마비(paralysis)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4월부터 한·중·일 3국 정상이 줄줄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 국무부가 앞서 과거사와 관련한 행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표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소 지역연구센터장은 2일 "한중일 3국 정상의 방미에 앞서 미 국무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본다"며 "다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기 보다는 이런 역사적인 문제가 (동북아) 지역전략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생각을 표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거사 문제를 두고 갈등하면서 한·일간 협력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미 행정부가 우리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대미(對美)공조에 나서고 있는 일본 측과 호흡을 맞추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동준 한국사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가장 우선 순위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며 "또한 미국은 한일간 과거사에 간섭할 생각도 없고, 단지 안보문제, 경제협력 측면에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미주연구부장)는 "국무부 차관 정도면 연설할 때 단어를 조심해서 쓰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을 말했을 가능성은 적다"며 "셔먼 차관의 발언은 정말 미국의 속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미동맹이 굳건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중관계가 강화되고 일본이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공조정책을 펴면서 상대적으로 한미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미국 측에서 느낄 수 있다"며 "문제는 셔먼 차관의 발언을 두고 국내 여론이 악화될 경우 한미간 관계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인지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도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기존의 미국 측 입장과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셔먼 차관의 발언 후) 미국 측과 (외교채널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결과 '과거사와 관련해 미국 측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 정부는 한·중·일 등 동북아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번영을 위해 노력하는데 외교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관련국들이 과거의 교훈을 거울삼아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입장을 지속 표명해왔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들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은 물론 향후 미국을 축으로 한 한일, 미일 관계 동향 변화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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