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간통죄 폐지, 이혼 달라지나…"지금도 '불륜현장' 증거로 나와"

"현재도 사적 구제수단 폭넓게 이용…흥신소·변호사 업무 안 는다"
재산분할·자녀 양육도 영향 없어…"대법 판결 바꿔야" 목소리도
재판상 이혼 증가 가능성은 있어…위자료 액수 증액도 문제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02-27 19:26 송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 News1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 News1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 폐지가 이혼소송절차에 미칠 영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대부분 "이혼소송실무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숙(52)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간통죄'라는 형법 조항이 사라졌을 뿐 기존 이혼소송절차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형사절차 없이도 배우자의 불륜현장 사진 등은 이미 충분히 증거로 제출되고 있다"며 "입증책임 걱정은 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송사건 '입증책임'은?…"지금도 '카톡' 증거로 다 나오는데"
 
우선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소송사건'에서의 입증책임 문제다.
 
소송사건은 비송사건과는 달리 법원이 강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현재 가정법원에서 처리하고 있는 가사소송사건은 재판상 이혼청구,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등이다.
 
그런데 간통죄의 폐지로 검찰·경찰 등이 일방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수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이를 이유로 한 이혼소송에서 다른 쪽 배우자의 입증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가사소송 실무 담당자들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이혼소송에서는 소송을 낸 배우자 측에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페이스북 메시지, 통화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절차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즉 "수사기관이 간통 행위를 한 배우자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해 문자 내역을 확인하지 않아도 다른 쪽 배우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몰래 풀어 상간자(相姦者)와의 문자 내역, 카카오톡 내역 등을 촬영해 증거로 제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이혼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흥신소'를 동원해 상대방 배우자의 위치 추적을 하는 등 사적인 구제수단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며 변호사들의 업무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간통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다는 점 역시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간통 혐의가 성립하려면 경찰을 대동해 성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급습한 뒤 증거물을 채취해 과학적 분석까지 마쳐야 한다"며 "반면 이혼소송에서 '부정한 행위'는 상간자와 나눈 문자 내역, 카카오톡 내역, 통화빈도수만으로도 입증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를 대신해 법원에 각종 서류 '확인'을 부탁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법관의 업무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지역의 또다른 판사는 "형사고소까지 마쳐졌다면 법원으로서는 검찰이나 형사 재판부에 '증거물을 보내달라'고 문서송부촉탁만 하면 됐다"며 "간통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일방 배우자가 법원에 통신자료 조회, 금융거래내역 조회 등을 다수 신청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재판 절차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 양육·재산분할도 '영향 없음'…"대법원 판례 바꿔야"
 
'비송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의 업무과중이 우려되고 있다.
 
비송사건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건으로 소송사건과는 달리 당사자의 주장·입증보다는 재판부의 자료 요구, 판단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정법원이 처리하고 있는 비송사건은 이혼시 자녀의 친권·양육권 문제, 이혼시 재산분할 사건 등이다.
 
하지만 비송사건에서도 법원의 업무과중은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친권·양육권 문제와 재산분할 사건에서 유책 배우자의 책임 정도는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현행 법령과 재판실무상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배우자의 책임 정도 대신 공동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우선된다. 또 친권·양육권 문제도 어느 배우자가 자녀를 더 잘 키울 수 있는지, 자녀는 어떤 부모를 원하는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자녀가 '바람이 난 아버지와 살고 싶다'고 얘기할 경우 이를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 일부는 대법원 판례를 바꿔서라도 이런 문제들에 책임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숙 여성변회 회장은 "기존 대법원 판례는 간통죄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대법원 판례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내려진 '퇴직 후 연금' 재산분할 사건에서처럼 대법원 판례는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며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유책 정도를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배 도입 논의…'이혼 재판' 증가 우려도
 
한편 형사사건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절차가 사라짐에 따라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간통 행위로 인한 민사·가사소송 위자료 액수 증액 논란이다.
 
지금까지 간통 사건의 피해자들은 '형사사건 합의금'을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이용해왔다.
 
즉 이미 이혼 상태까지 이른 부부의 경우 배우자·상간자를 간통으로 고소한 뒤 고소 취소를 조건으로 거액의 위자료를 받아내는 관행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공무원, 은행원 등 일부 직종 종사자의 경우 간통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게 되면 신분에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있어 이같은 합의에 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간통죄가 폐지됨에 따라 이같은 편법적인 절차는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오로지 민사·가사소송으로서만 위자료를 청구할 수밖에 없게 것이다.
 
게다가 실제 입은 손해의 한도 내에서만 가해자에게 금전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는 현행 법제도상 위자료 액수는 오히려 기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해당 기관에 진정서를 넣는 방법이 있는 한 소송 외적 절차에서 거액의 위자료를 받는 관행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다만 "형사 고소라는 '위협 수단'이 없어진 이상 기존보다 합의금 액수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혼을 조건으로 간통 고소를 하면서 합의금으로 위자료를 받는 '관행'이 없어졌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간통 고소 취소를 조건으로 위자료를 받게 되면 보통 협의이혼 절차로 가게 된다"며 "하지만 이같은 '관행'이 없어지면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으려 버티는 유책 배우자가 생길 것이고 이 경우 재판상 이혼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법원이 진행해야 할 재판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abilitykl@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