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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병기 왜?…안정성, ‘믿을 맨’, 남북관계 돌파

후보자 고사 속 장고… 정치권 "너무 지연됐다" 평가도
국정원장 이어 靑재건 구원투수役..역시 '믿을 맨' 평가
남북·한일 관계개선 기대감..포스트-김기춘 부담감은 과제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2015-02-27 17:35 송고 | 2015-02-27 20:48 최종수정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 원장이 내정됐다. 2015.2.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 원장이 내정됐다. 2015.2.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장고(長考)' 끝에 이병기 현 국정원장을 후임 실장에 낙점했다.

지난 17일 일부 개각을 단행하며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한 지 10일 만이며,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의 교체를 시사한 지는 40여일 만이다.

그동안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거치며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은 한 때 20%대 후반까지 급락했고, 이달 초 새롭게 출범한 여당 지도부는 비서실장 교체를 포함해 청와대의 강력한 인적개편을 요구했다.

민심수습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이완구 총리 카드는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 '국정 투톱 중 하나'인 청와대 비서실장 선임에 대한 부담은 커져만 갔다.

박 대통령이 느끼는 부담이 커지고 고민이 깊어가면서 하마평에 오른 후보자는 14~15명에 달했고, 후보자 상당수가 내년 총선 출마의 뜻을 보이며 '고사'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장고 후 '이병기 소방수 카드'를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서울시 직원 간첩사건에 대한 증거조작 의혹으로 위기에 빠진 국정원 개혁 카드로 이병기 당시 주일대사를 부임 14개월 만에 국내로 불러들여 국정원장에 앉혔다.

이어 이번에는 부임 7개월만에 이 국정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앉혔다. 

집권 3년차 위기에 봉착한 청와대를 재건하기 위해 소위 믿을만한 사람 '믿을 맨'을 중용한 것이다. 인사에서 안정성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재연된 셈이다.

하지만 현직 정보기관장을 국정 전반의 축으로 전진배치한다는 점에서 파격이었다. 

정치권에서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널리 알려진 인물.

외교관 출신으로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 김영삼 정부에서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보와 제2차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정무·행정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한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관계 및 대일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정동력 회복의 승부수로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이 실장이 적임자라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이 실장은 또한 지난 한해 북한의 무인기·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대북 강경론에 맞서 남북대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실장을 ‘대북 온건파’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실무역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실장이 국정원장에 있으면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면서 홍용표 비서관을 통일부 장관에 내정한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 실장이 박 대통령의 폭넓은 조언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하면서,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의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조력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또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적쇄신의 조건 중 하나는 간주되어온 나이도 전임자 김기춘(77) 보다 8살 아래인 68세로 개혁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당·정·청 간 역학관계 변화도 이 실장의 발탁을 가능케한 배경으로 보인다.  김기춘 실장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춰야 한다는 부담은 덜게 됐다. 

최근 내각과 여당으로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어 청와대 또한 '왕(王) 실장' 체제에 벗어나 조정자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완구 총리를 정점으로 한 경제·사회 부총리 등 내각과의 협업, 청와대 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국정과제를 챙기고 있는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과의 조율이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5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첫 번째 회의가 열리는 등 여당과의 긴밀한 조율도 비서실장의 핵심 역할로 떠오른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대신해 당·정·청 간 역학 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경제혁신과 통일준비에 협업효과를 낼 수 있기 위해선 '경험 많은' 이 실장이 적격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포스트-김기춘 실장 체제'에 대한 부담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전임 실장은 '왕실장'으로 불리며 국가 주요 현안을 직접 챙겨 박 대통령의 소통을 가로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여론은 이 실장이 이 같은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비서실장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의 '소통'을 얼마나 잘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정부 정보수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은 사례가 거의 없어 이에 따른 우려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정원장 출신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은 박정희 대통령 당시 중앙정보부장 출신이었던 이후락(1963~1969), 김계원(1978~1979) 이후 3번째다.

이와 관련, 야권이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제는 국정원까지 끌어들여 국정을 농단하려고 하는 신(新) 유신정권 시대를 선포한 것"이라면서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공안정국을 유지하고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birak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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