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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맥證 파산…'규정' 뒤에만 숨었던 '공공'거래소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5-02-23 15:56 송고


© News1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아침. 이 분의 깊은 생각을 깨울까. 숨소리조차 아끼며 달리는 ○○○입니다. 대한민국 CEO. ○○○."

2010년 모 대형세단의 광고카피다. 짙게 낀 도심의 안개 사이로 달리는 차 안에는 고민에 빠진 경영자가 타고 있다. 그가 마침내 무언가 결정하자 안개는 걷히고 차량도 밝게 개인 노로를 질주한다.

경영은 이처럼 항상 선택을 두고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다. 미리 정해진 규정대로만 행동하는 조직에는 CEO가 필요없는 법이다.

한맥투자증권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일찌감치 예상됐던 일이다. 작은 증권사로서 4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차적인 책임이 한맥투자증권 측에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고빈도 대량매매가 가능해지면서 파생계약을 통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주의하고 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결국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들면서도 내내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한국거래소의 사건에 대한 대응이다. 거래소가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는 규정만 보일 뿐 경영의 수(手)가 보이지 않았다.

거래소는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규정만을 내세웠다. 착오거래가 발생한 직후에는 약 4만건의 정정 주문을 하나씩 장마감 전까지 입력했다. 이와 함께 한맥투자증권에게는 거래상대방을 찾아 취소 정정에 대한 합의를 받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한맥투자증권의 잘못된 주문으로 이익을 보게 된 거래상대방 신원도, 규정을 내세워 알려주지 않았다.  역시 규정에 따라 회원사가 적립한 손해배상공동기금을 통해 결제대금을 상대방에게 지급했다.

이어 규정에 따라 기금을 사용한 부분에 대한 구상권을 한맥투자증권에 행사했으며, 결국 한맥투자증권은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을 규정대로만 한 거래소의 처신은 전형적인 행정기관의 모습이다.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이 있기 전 거래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착오거래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거래체결을 일괄적으로 취소시킬 수도 있었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거래상대방과의 중재에 나설 수도 있었다. 손해배상기금을 사용하기 보다는 한맥투자증권과 머리를 맞대고 상환이 가능한 자금마련책을 고민해 볼 수 도 있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경영 상의 선택 보다는 규정만 내세웠다. 있을 수 있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동안 거래소는 자기들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회원사의 권익을 위해 있어야 할 집단이라고 주장하며 공공기관 해제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정에 갇히기보다는 보다 능동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공기관 해제의 필요성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토록 공공기관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정작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규정만 찾았다.

이제 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더 이상 규정 뒤에 숨을 처지는 아니다. 이제라도 스스로 주장했던 자율성을 찾고 경영의 묘를 발휘해야 진실로 '공공기관 해제'의 자격을 갖췄다 할 것이다. 그게 바로 한맥투자증권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다.


 




k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