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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금연 눈치영업 한달…홍대 '물담배 카페' 속타네

주인들 "단속뜰까 불안·업종 바꿀까 고민…가게 내놓은 지 넉달"
손님들 물담배 실내 금연인줄 몰라…"피해 안 주는데 왜 불법?" 되묻기도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김일창 기자 | 2015-02-14 19:58 송고 | 2015-02-15 15:18 최종수정

 

12일 밤 8시30분 서울 마포구 홍대에 있는 한 시샤바에서 손님이 물담배를 피우고 있다. © News1

 

"담배지만 담배 같진 않아요. 장난감 같아요. 재미로 피우는 거죠."

12일 밤 8시30분, 아직 이른 저녁 시간에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있는 한 시샤바를 찾았다. 시샤바는 물담배를 판매하는 술집으로 후카바라 부르기도 한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 출입문을 여니 계단만큼 어두운 실내가 이어졌다. 일본식 다다미처럼 꾸민 홀은 제법 손님으로 붐볐다.

둘씩 짝지어 앉은 이들은 1m는 돼 보이는 긴 항아리를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눴다. 호수 끝을 연신 빨아댔지만 연기가 적고 냄새는 없어 언뜻 보면 평범한 술집과 다르지 않았다.

영업소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영업소가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 가까이 지났다. 국민건강증진법 확대 시행으로 지난달 1일부터 일반적인 궐련뿐 아니라 전자담배, 물담배 등 모든 형태의 담배가 금연 대상에 포함됐다. 실내에서 물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면서 이론적으로 모든 시샤바는 불법이 됐다.

◇ "불법인지 몰랐어요. 누구한테 피해 준다고 불법이죠?"

이날 찾아간 홍대 일대 시샤바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모두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손님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이들 또한 자연스레 술잔을 앞에 두고 물담배를 '흐읍흐읍' 들이마셨다.

터키에서 물담배를 처음 펴봤다는 최모(27·여)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구와 시샤바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술만 마시는 것보다 물담배를 피우면 더 재미있다"며 "술을 어느 정도 마셨을 때 취기가 오른 것처럼 물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최씨에게 물담배도 실내 금연 대상인지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몰랐다"며 "그럼 시샤바도 불법이냐"고 되물었다.

이날 시샤바를 찾은 손님 대부분은 물담배가 실내금연 대상인지 모르고 있었다. 시샤바가 불법이라는 사실에 당황해 했고 일부는 불쾌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문모(30)씨는 "어차피 시샤바는 물담배를 피우러 오는 사람이 모인 곳이라 옆 사람을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며 "여기까지 금연공간으로 지정하는 것은 술집에서 술을 팔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를 따라와 이날 처음 물담배를 펴보았다는 김모(29)씨도 물담배가 실내 금연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흡연자라 그런지 물담배는 아무 느낌이 안 났다"면서 "사과 향, 민트 향 등 맛이 다양해 오히려 비흡연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이걸 굳이 단속해야 하느냐"고 불평했다.

◇ "하루하루 불안 속 영업…가게 내놓은 지 4개월"

사장의 속내는 더 현실적이었다. 홍대에서 9년째 시샤바를 운영해 온 A씨는 기자들이 가게에 있다는 말을 매니저에게 전해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는 "물담배를 홍보하는 기사든 비난하는 기사든 언론에 나가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전면 실내 금연이 시작되면서 하루아침에 가게가 불법이 됐습니다. 언제 단속이 올지 몰라 불안해하면서 하루하루 영업을 하고 있어요. 한 집이 단속에 걸리면 다른 집도 따라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내 금연 법 시행 이후 아직 단속반이 가게를 찾은 적은 없지만 A씨는 4개월 전 가게를 내놓았다. 장사도 예전만큼 되지 않고 언제까지 불안하게 영업을 계속할 수도 없어서다.

"실내 금연법에 물담배도 포함된다는 걸 알고 업종을 바꿀까도 생각했습니다. 흡연 부스를 설치할까도 생각했지만 물담배를 일반담배처럼 들고 피울 수도 없고…"

또 다른 시샤바를 운영하는 B씨 사정도 비슷했다. 그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후카를 피우기 위해 일부러 오는 손님인데 이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생계 수단을 뺏기는 것"이라며 "마음 졸이며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후카는 문화…단속하면 사라져"

시샤(shisa) 또는 후카(hookah)라고 불리는 물담배는 아랍권에서 주로 피는 흡연 도구를 말한다. 항아리처럼 생긴 담배통 바닥에 담은 물로 담배 연기를 걸러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해외여행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부터 이태원, 강남, 홍대 일대에 시샤바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터키나 인도 여행을 다녀온 20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인기를 끌었다.

A씨는 "물담배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담배는 담배라기보다 하나의 장난감이고 문화 체험"이라며 "손님 중에 비흡연자들이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중독이 안되고 상습적으로 피우는 사람도 없다"며 "흡연자는 물담배를 30분 피우고 나면 바로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 온다"고 덧붙였다.

B씨는 "물담배는 과일을 말려서 쓰는 거라 타르가 없고 니코틴도 아주 소량이거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리에서나 집에서 피우기 힘든 후카의 특성상 지금 단속을 시작하면 이태원, 홍대, 강남 일대의 후카 문화는 '전멸'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경은 복지부 건강 증진과장은 금연 대상에 전자담배와 물담배가 담배와 함께 묶인 기준에 대해서 "니코틴 포함 여부"라며 "니코틴이 있으면 물담배도 담배이고 금연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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