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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대선·정치 개입 모두 유죄"…징역3년·법정구속(종합)

"박근혜 대선후보 확정시점에 개입…선거운동의 특성인 '계획성'
국정원법 위반도 1심과 같이 '유죄'…인정된 트윗 갯수 대폭 늘어
"북한 사이버심리전 있지만 명분이 모든 행위 정당화하지 않는다"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02-09 17:04 송고 | 2015-02-09 17:07 최종수정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사이버상에서 정치, 선거 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과는 달리 불법 선거개입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2시간 가까이 판결문을 읽으면서 과거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사실을 예로 들면서 원 전원장을 엄히 꾸짖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9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6월 등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통령 선거 개입 혐의를 사실로 인정했다. 또 이같은 대선 개입에 원 전원장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해 원 전원장 등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역시 원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즉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글과 선거개입에 해당하는 글이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한 결과 대선 국면에 접어들 무렵부터 선거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 작성된 글에 대해서는 선거개입 혐의도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가 '불법 대선개입'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정황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됐을 당시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다수 리트윗 한 부분, 사형제 존폐가 선거 쟁점이 됐을 당시 민주당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그대로 확산한 부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제기 당시 지속적으로 NLL 관련 글을 작성해 리트윗한 부분 등이다.
 
또 재판부는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시점부터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 사퇴 때까지 안 후보 반대 트위터 글은 현저히 줄어들다가 사퇴 이후에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며 "주요한 선거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해 이뤄진 것임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격한 지휘·명령에 따라 전해지면 심리전단에 의해 신속·정확하게 집행되고 사후보고가 이뤄져 평가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볼 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행위로서 선거운동의 특성인 '계획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는 인정됐던 "종북세력에 대한 사이버심리전"이라는 원 전원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거글 자체를 봐서는 도저히 그런 명분을 읽어낼 수 없다"고 배척했다.
 
또 원 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은 대선개입 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한편 재판부는 원심에서 인정됐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정책을 홍보하는 취지의 활동은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활동의 적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민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 정책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쟁의 장이 열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반대로 이해될 수 있고 정당정치에 바로 관여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국정원의 국내 직무범위는 한정돼 있다"며 "이는 과거 중앙정보부, 안기부 당시 정보기관의 권한을 남용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나쁜 선례가 있어 앞으로도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갯수는 총 175개만 인정한 원심과 달리 총 716개로 봤으며 원심에서는 11만3621건만 인정됐던 트위터글 개수도 총 27만4800개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쓴 글로 인정했다.
 
원심에서 "일부 내용이 국정원 직원 본인에 의해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일부 파일에 대해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 이후 '논어' 위정편에 나온 문구와 국정원이 과거 안기부, 중앙정보부 시절을 반성하면서 작성한 보고서 등을 인용해 "엄격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보기관의 직원이) 마치 일반 국민인 양 선거와 관련된 의견을 조직적으로 전파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했던 국민들은 사이버 공론장의 순수성·자율성을 의심하게 됐다"며 "사이버상에서 북한의 심리전이 실제 행해지고 있지만 명분의 정당함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정원은 과거 보고서를 통해 정보기관의 개입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정보기관 권한의 남용이나 오용을 넘어서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한 바 있다"며 "기왕 드러난 불법적 활동에 대해 엄격히 단죄함으로써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사이버활동에 나타난 의견 자체에 대해 지지하고 동의하는 국민들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런 생각과 의견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정치·선거에 대한 개입을 했다는 것,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전원장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단체를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주요 정책과 관련한 여론전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과정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 등을 다는 수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도 받았다.
 
당초 기소유예에 그쳤던 이 전차장과 민 전국장도 법원이 민주당 측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원 전원장과 함께 재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국정원법위반 및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원장에 대해 국정원법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후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징계를 받는 등 1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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