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거듭하며 강해진 대회였다. 출발은 위태로웠지만 마지막은 화려했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단단해졌고 조별예선을 통과한 뒤에는 탄력을 받았다. 대한민국 축구가 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2002월드컵 이후 처음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사실 ‘2015 AFC 호주 아시안컵’은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무대였다. 울리 슈틸리케라는 새로운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메이저 대회였다. 꾸준하게 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클럽 팀이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기간이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해보였다.
출발은 위태로웠지만 마지막은 화려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2002월드컵 때와 같은 희열을 2015년 아시안컵 멤버들이 선사했다. © News1 오대일 기자 |
선수 구성도 쉽지 않았다.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 등 그간 대표팀 전방을 이끌던 공격수들이 모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회 도중 이청용과 구자철 등 핵심 멤버들이 중도하차하는 악재가 발생했고 감기 바이러스라는 불청객에게 시달리기도 했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 선발과 비교해 쿠웨이트와의 2차전은 무려 7명의 선수가 바뀌었다. 최악이었다.
공히 1-0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반응은 달랐다.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던 경기라고 오만전을 위로해주던 팬들은 쿠웨이트전이 끝나자 그래도 이런 내용으로는 어렵다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제 한국은 우승 후보가 아니다”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 채찍질 때문일까. 이후 한국은 달라졌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부터 한국은 ‘원팀’으로 거듭났다. 이청용과 구자철이라는 핵심 플레이어들이 없었으나 모든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내면서 빈자리를 채웠다. 돋보이는 개인은 없었다. 그냥 하나의 팀이었다. 이라크와의 4강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의 이름값으로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슈틸리케호 선원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조별예선과는 딴판이었다. 마치 강팀처럼, 경기를 치르면서 강해졌다.
대회 초반 슈틸리케호를 괴롭혔던 암초들은 돌아보니 다 액땜이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슈틸리케호의 전진에서 경쾌함이 느껴졌다.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비록 아쉽게 패했으나 내용적으로는 호주와의 결승전이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마치 2002월드컵처럼, 점점 강해졌다. 너무도 서글픈 2위임에도 팬들의 얼굴이 환할 수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 축구가 경기력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보여준 것이 대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를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23명의 호주 아시안컵 멤버들이 큰일을 해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