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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농성천막 강제 철거…24명 연행(종합2보)

강우일 주교 설득에 주민들 고공농성 철회…행정대집행 사실상 종료

(제주=뉴스1) 이상민 기자 | 2015-01-31 23:00 송고 | 2015-01-31 23:03 최종수정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건립공사에 반대하며 높이 7m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마을 주민들이 내려오도록 설득하기 위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 News1 이상민 기자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건립공사에 반대하며 높이 7m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마을 주민들이 내려오도록 설득하기 위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농성천막에 대한 강제 철거에 반대하며 밤늦게까지 높이 7m 망루에 올라 저항하던 강정마을주민 등이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의 설득 끝에 농성을 자진 철회하면서 14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치상황이 끝났다. 
이로써 해군의 행정대집행도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강제철거과정에서 20여명이 넘는 주민과 시민 활동가들이 강제 연행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이날 오후 7시45분께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에 도착한 강우일 주교는 강월진 서귀포경찰서장과 30여분간 이야기를 나눈 뒤 높이 7m의 망루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 및 시민활동가 9명에게 지상으로 내려와 줄 것을 부탁했다.

강 주교가 직접 망루 위로 올라가 설득하자 이들은 10여분만에 스스로 농성을 풀고 밑으로 내려와 경찰에 저항없이 연행됐다.

강 주교는 경찰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행된 분들을 예외 없이 빨리 석방을 해줘야 극한투쟁을 중지할 수 있다고 전했고, 경찰은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군은 밤 늦게까지 이어진 농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공사장 입구를 막고 있던 망루를 철거해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25일 공사가 중단된 지 석달여 만이다.

31일 국방부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앞 농성천막를 강제철거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국방부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앞 농성천막를 강제철거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24명 연행…충돌 또 충돌

이날 강정마을에서는 용역업체·경찰과 주민들간의 충돌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김희석 소령은 이날 오전 7시25분께 행정대집행 개시를 통보한 뒤 곧바로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천막 등에 대한 강제 철거에 들어갔다. 경찰은 병력 8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마을 주민들과 시민 활동가 100여명은 공사장 입구에 나무로 벽을 쌓고 철조망을 설치한 뒤 천막을 둘러싼 채 용역업체 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특히 철제 구조물을 이어 만든 7m 높이의 망루에 오른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반대단체 활동가 10여명은 망루와 몸을 쇠사슬로 묶어 저항했다.

주민과 시민 활동가들의 거센 반발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던 행정대집행은 경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경찰이 이날 오후 1시15분쯤 병력 수백명을 동원해 천막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을 제지하자 용역업체 직원들은 신속히 철조망을 자르고 나무 벽을 허물었다.

이어 이날 오후 4시30분쯤 경찰은 천막 안에 있던 주민과 활동가, 수녀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또 마을회 차량 안을 지키고 있던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등 모두 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곧바로 공사장 입구에 에어 매트리스를 설치한 뒤 망루에 오른 10명을 진압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10여명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오후 5시쯤 비교적 저층 망루에 있던 시민 활동가 2명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 1명이 망루 위에서 해군기지 반대 구호를 외치며 에어 매트리스로 떨어졌다. 다행히 그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망루 꼭대기에 남아있던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9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해선 추락사고 위험 때문에 섣불리 접근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수차례 지상으로 내려올 것을 설득했지만 이들은 번번이 거부했다. 결국 이날 14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대치상황은 강우일 주교의 설득으로 마을주민들이 농성을 자진 철회하면서 모두 마무리됐다.

31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7m 높이의 망루에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시민 활동가 등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7m 높이의 망루에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시민 활동가 등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해군·제주도 갈등의 골 깊어질 듯

행정대집행이라는 실력 행사로 군과 제주도의 갈등은 더욱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당초 당초 616가구 규모로 관사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과 토지 매입 등의 문제로 72가구로 축소했다.      

해군은 지난해 10월14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9407㎡ 부지에 전체면적 6458㎡, 72가구(지상 4층·5개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에 들어갔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해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 27일까지 모두 5차례 농성 천막 등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마을회에 전달했다.

공사가 중단되는 동안 제주도는 해군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협상을 벌여왔다.

제주도는 해군에서 군 관사 건립을 철회하면 제주해군기지와 2.3㎞ 떨어진 대체 부지를 임대하거나 매입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26일 정호섭 해군참모차장이 제주도청을 찾아 군관사 건립 문제로 원희룡 제주지사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수차례 진행된 협상에서 국방부는 유사시 병력이 5분이내에 출동해야하기에 지금의 부지에 군관사를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둔 30일에는 제주도가 해군기지와 2.3㎞ 거리의 사유지에 군 관사를 짓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토지 수용과 각종 인허가 절차 등을 진행하는데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예산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첨예한 입장차 끝에 결국 해군이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자 제주도는 유감을 표했다.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일정을 앞당겨 이날 낮 귀국한 원희룡 지사는 긴급대책회의에서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그간 군 관사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대집행이 시행돼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le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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