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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결승] 박지성이었다가 손흥민이었다가, 또 성장한 손흥민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5-01-31 20:28 송고

손흥민은 누구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플레이어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비우는(혹은 자신감이 결여된) 이타적 플레이가 나오는 것과 달리 손흥민은 건강한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골을 넣었을 때의 기쁨보다는 넣지 못했을 때의 괴로움을 생각하고, 골을 넣고 승리의 주인공이 된 뒤에 받는 조명보다는 골을 넣지 못했을 때 쏟아질 비난이 먼저 두려워 점점 작아졌던 한국 공격수들의 모습을 볼 때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손흥민의 모습은 체증을 뚫어내는 후련함까지 선사한다. 전형적인 공격적 윙어다.

하지만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에서의 손흥민은 다소 달랐다. 마냥 ‘공격 앞으로’를 외치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에서 ‘수비형 윙어’ 박지성의 향기가 느껴졌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1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기적같은 동점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5.1.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1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기적같은 동점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5.1.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였으나 손흥민은 대단한 활동량으로 결승전을 누볐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경기였으나 더 이상의 경기는 없다는 듯이 뛰었다.

측면에서 강하게 상대를 압박해 가로채기를 노렸고, 놓쳤을 때는 최후방까지 내려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치 ‘수비형 윙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포지션을 만들었던 박지성의 움직임이 연상됐던 손흥민이다.

공격이 유일한 미덕이라 생각했던 윙포워드였으나 박지성은 그 개념을 깨뜨렸다. 열심히 뛰고, 많이 뛰고, 꾸준하게 악착같이 뛰면서 자신보다는 팀을 빛나게 하는 ‘이타적인’ 선수였다. 그것을 무기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매머드 클럽에서 살아남았다. 적어도 호주전에서 손흥민은 그 박지성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렇다고 마냥 박지성처럼 뛰지는 않았다. 박지성처럼 뛰다가 필요할 때는 다시 손흥민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역시 대한민국 공격의 핵은 손흥민이었다. 공간이 열리면 전매특허 같은 드리블에 이은 과감한 슈팅으로 호주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공이 없는 순간의 움직임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선수였다.

손흥민은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 뛰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골을 터뜨리고 근육경련을 일으켰을 때처럼 손흥민은 가진 모든 것을 짜냈다. 그리고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손흥민은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추가 시간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침착한 움직임으로 왼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짜릿한 동점을 만들었다. 사실상 패색이 짙었던 상황에서 손흥민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시간은 없었고 손흥민 앞에는 두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가 있었다. 그 심장 떨리는 순간 손흥민은 얼음처럼 침착했다.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강한 책임감과 함께 손흥민다운 골을 성공시켰다. 박지성이었다가 손흥민이었다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물셋 손흥민은 분명 또 한 걸음 발전했다. 개인 기량의 성장과 함께 이제 팀과 함께 하는 이타적인 플레이에도 눈을 뜨고 있다. 왜 분데스리가라는 빅 리그가 손흥민이라는 어린 선수를 주목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재입증시켰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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