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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농성장 강제철거…13시간째 대치(종합)

주민·활동가 등 14명 연행…7m 높이 망루서 고공 농성

(제주=뉴스1) 이상민 기자 | 2015-01-31 20:35 송고
31일 오후 경찰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7m 높이의 망루에 오른 주민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오후 경찰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7m 높이의 망루에 오른 주민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국방부가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입구에 설치한 농성 천막 등을 강제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에 들어갔지만 주민들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13시간 넘게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천막과 철조망 등 공사장 입구를 막고 있던 시설물들은 대부분 철거됐지만 주민과 시민 활동가들이 전날 밤 추가로 설치한 7m 높이의 망루에 올라 현재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하는 등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김희석 소령은 이날 오전 7시25분께 행정대집행 개시를 통보한 뒤 곧바로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천막 등에 대한 강제 철거에 들어갔다. 경찰은 병력 8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마을 주민들과 시민 활동가 100여명은 공사장 입구에 나무로 벽을 쌓고 철조망을 설치한 뒤 천막을 둘러싼 채 용역업체 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31일 오전 해군이 동원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제주 강정마을 군 관사 앞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오전 해군이 동원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제주 강정마을 군 관사 앞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특히 철제 구조물을 이어 만든 7m 높이의 망루에 오른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반대단체 활동가 10여명은 망루와 몸을 쇠사슬로 묶어 저항했다.
주민과 시민 활동가들의 거센 반발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던 행정대집행은 경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날 오후 1시15분쯤 병력 수백명을 동원해 천막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을 제지하자 용역업체 직원들은 신속히 철조망을 자르고 나무 벽을 허물었다.

이어 이날 오후 4시30분쯤 경찰은 천막 안에 있던 주민과 활동가, 수녀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마을회 차량 안을 지키고 있던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등도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곧바로 공사장 입구에 에어 매트리스를 설치한 뒤 망루에 오른 10명을 진압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10여명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오후 5시쯤 비교적 저층 망루에 있던 반대측 활동가 2명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 1명이 망루에서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다 에어 매트리스로 떨어졌다. 다행히 그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오후 8시 현재 망루에는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모두 7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들이 망루 꼭대기에 있어 추락사고 위험 때문에 섣불리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수차례 지상으로 내려올 것을 설득했지만 이들은 번번이 거부했다.  

31일 오전 해군이 동원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제주 강정마을 군 관사 앞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31일 오전 해군이 동원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제주 강정마을 군 관사 앞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상민 기자

경찰은 이날 모두 마을 주민 등 14명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행된 이들 중에는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도 포함돼 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주민과 활동가 10여명이 용역업체,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다쳤다.  

군은 강정마을 내 9407㎡ 부지에 지상 4층짜리 5개동(72가구) 규모의 관사를 짓기 위해 지난해 10월14일 착공에 들어갔으나 이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공사에 차질을 빚자 이날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제주도는 군 관사 건립을 철회하면 제주해군기지와 5분 이내에 거리에 있는 대체 부지를 임대하거나 매입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겠다고 설득했지만 국방부는 유사시 병력이 5분이내에 출동해야하기에 지금의 부지에 관사를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행정대집행으로 양측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일정을 앞당겨 이날 낮 귀국한 원희룡 지사는 긴급대책회의에서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그간 군 관사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대집행이 시행돼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le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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