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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부지 착공 언제?…정부·서울시·현대車 '동상이몽'

정부 "한전 부지 개발 인·허가 최대한 단축"…내년 하반기 착공 목표
서울시, "협조는 가능, 내년 하반기 착공은 약속 못해"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5-01-30 18:43 송고 | 2015-02-01 10:40 최종수정
한국전력공사 삼성동 부지 전경/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한국전력공사 삼성동 부지 전경/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최근 7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정부는 현대차그룹이 내년 하반기에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주겠다고 공언했다. 조기 착공을 통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정부는 GBC 공사가 본격화되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시는 정부 방침에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30일 한전부지에 대한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접수하며 인허가 관련 협상을 본격화하게 됐지만 부지 용도변경과 지구단위 계획 입안 등을 거치려면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정부가 내놓은 구상이 자칫 졸속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지난 정부가 특혜시비를 감수하며 착공을 허가한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가 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한전 부지 개발을 둘러싼 양측의 기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전 부지 개발 지원"…내년 하반기 착공 목표
1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전 부지 개발과 관련된 인·허가 절차를 1~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부지개발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시와 협의를 통해 내년에는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자 내놓은 방안은 개발계획 수립과 용도지역 변경, 교통·환경 영향평가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이른바 '패키지 허가' 방식이다. 현대차가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 맞춰 곧바로 인·허가 협상을 시작하고 관련 평가절차를 일괄 진행하자는 것이다.

보통 민간 사업자가 개발계획을 수립하면 인·허가 협상이 시작되는데 이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지구단위계획 입안 및 교통·환경 영향평가가 이뤄진다. 이후 건축계획 기본설계 도서 작성과 건축 및 교통 통합심의 과정을 거쳐야만 민간 사업자는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절차가 종료되는데 보통 3년 이상이 걸린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인·허가 절차를 일괄적으로 진행할 경우 1∼2년 안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협상 지연으로 한전 부지 개발에 대한 투자가 늦어지면 주변 상권 등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에 조기 착공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익개발 유도 필요…"초대형 사업 꼼꼼히 점검해야"
삼성동 GBC 사업의 조기 착공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구상은 개발과 관련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공조가 없으면 사실 불가능하다.

시는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한전부지에 대한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접수받아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게 됐지만 인허가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지상 115층(높이 571m), 용적률 799% 규모에 업무시설(현대차 그룹 본사 사옥 등)과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및 판매시설 등의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

업계는 시가 지난해 '시정 4개년 계획'을 통해 삼성동 일대를 국제업무·마이스(MICE) 산업 단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된 인·허가를 초고속으로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부지의 공익개발을 유도해 영동권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시가 GBC 착공 시기를 내년으로 못 박은 정부 구상을 불편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MICE 산업 육성안은 시의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만큼 한전 부지 개발에 사전협상제도를 적용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심의과정에서 여러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내년 하반기 착공을 약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도심내 1만㎡ 이상 부지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사전협상제도는 땅을 소유·개발하는 민간사업자와 시가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뒤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때 세부 개발계획은 협상조정협의회,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사전경관심의 등 법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로 대형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되는 점도 시에게는 부담이다. 정부 방침에 발맞춰 개발 인·허가를 내줄 경우 이에 따른 특혜시비나 졸속행정에 대한 책임이 시에게 전가될 수 있어서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건축 공사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1년 안에 마무리되려면 고도제한 등 관련 규제가 없을 경우에나 가능하다"면서 "100층 이상 건물이 들어가는 GBC 사업에 대한 착공 허가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떨어지면 특혜시비는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2롯데는 지난 정부가 인근 성남 비행장 활주로 각도를 변경한 뒤 착공허가가 떨어졌다"면서 "이에 대한 특혜논란, 안전사고를 둘러싼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 문제로 시가 아직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 절차를 더 꼼꼼하게 진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정부·시 움직임에 촉각…"빠를수록 좋다"

현대차그룹은 착공시기에 따라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기업소득 환류세 부담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내달 시행규칙 발표를 앞둔 기업소득 환류세는 기업이 이익의 일정 수준 이상을 배당이나 투자에 투입하지 않으면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대차가 최근 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통주식에 대한 배당금을 지난해에 비해 54% 이상 늘린 이유도 환류세 부담을 덜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업무용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 이전 이후 1년 이내에 활용하지 않으면 환류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9월 한전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마칠 계획으로 늦어도 내년 9월 전에는 공사를 시작해야만 환류세를 피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선은 올해 시작되는 서울시와의 인·허가 협의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인·허가권자가 아닌 이상 언제 착공할지 말할 수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빨리 공사를 시작할수록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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