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66)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땅콩 회항' 사건 2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1.30/뉴스1 2015.01.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땅콩 회항' 당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폭행당한 승무원 김모(여)씨가 "교수직 제의를 받고 검찰에서 위증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으며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김 승무원은 30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 심리로 열린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 시작 직후 재판부 호출로 법정에 들어선 김 승무원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증언을 이어갔다.
김 승무원은 1시간30분간 이뤄진 증인심문 내내 "원하는 건 내가 교수직 제의 등 회유에 넘어가 검찰 조사에서 위증을 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는 것"이라며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 측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검찰 조사를 3~4일 앞두고 마친 대한항공 측에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이벤트가 필요하다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교수 얘기가 나온 것이고 저와 제 어머니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집으로 찾아올까봐 조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김 승무원은 당시 전화를 걸어 박창진 사무장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사무장은 얼마 뒤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김 승무원이 대한항공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의 받고 검찰 조사에서 위증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김 승무원은 "이 얘기가 어떻게 박 사무장에게는 교수직을 허락받고 위증을 한 걸로 들렸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박 사무장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김 승무원은 그 때 이후 박 사무장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박 사무장의 하기와 관련해서는 "태블릿PC에 (견과류 서비스와 관련한) 매뉴얼이 있다고 박 사무장에게 얘기를 했는데 (조 전 부사장이) 태블릿PC를 찾아본 뒤 관련 메뉴얼이 없다고 생각해 사무장을 통해 태블릿PC를 자신에게 가져가게 한 나에게 처음에는 하기지시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다른 승무원이 이후 태블릿PC에서 메뉴얼을 찾았고 (조 전 부사장이) 확인한 뒤 박 사무장을 내리게했다"고 했다. 박 사무장이 메뉴얼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판단해 박 사무장에게 하기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김 승무원은 이후 자신이 잘못알고 있었다고 오해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쏘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기내 폭행이 있었던 당시 기내에 창문 앞에 자신이 서있었고 조 전부사장은 자신을 마주보고 서있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조 전부사장도 '푸시백(push back)'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증언도 했다.
그는 국토부 조사에서 허위 진술 등을 강요한 여모(58·구속기소) 대한항공 객실담당 상무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김 승무원은 "여 상무가 고성, 폭행 등이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부탁했다"고 했지만 "협박은 없었다"고 말했다.
심문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고 한 숨을 쉬기도 했던 김 승무원은 대한항공에서 일하게 될 수 없을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잘 마무리만 돼서 조용히 끝나서 예전처럼 돌아가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사건이 너무 커졌고 심지어 댓글 중 대부분이 제 이름 석자와 유니폼 입은 사진을 올려놓고 '끝까지 기억하겠노라', '비행기 타면 이 승무원부터 찾겠노라'라는 댓글들이 너무 많아서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도 없을 거 같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5일 새벽(미국 현지시각)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편 1등석 객실 서비스를 맡았던 김 승무원은 조 전 부사장에게 미개봉 상태의 마카다미아(견과류 일종) 봉지를 쟁반에 받쳐 서빙했고 이에 조 전 부사장은 '메뉴얼대로 서비스하지 않았다'며 김 승무원을 폭행했다.
한편 박 사무장은 최근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김 승무원이 회사 측으로부터 교수직 제의를 받고 검찰에서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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