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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 국내 최초 '모욕죄' 국민참여재판 양편에

2013년 동양화가 동문 김현정씨 작품성 놓고 벌어진 학내 논쟁 불씨
"인신공격과 모욕"vs"표현의 자유 막은 '고소 테러'"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5-01-29 06:00 송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2015.1.21/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2015.1.21/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29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법 제311호 법정에서는 국내 최초로 모욕죄 성립 여부를 놓고 국민참여재판이 열린다.

다음날까지 이틀간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피고인들은 서울대 졸업생 3명이다.

이들을 법정에 세운 이는 한복을 입었지만 쇼핑백이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20대 여성들을 작가 자신을 모델로 그려낸 작품으로 스타로 떠오른 동양화가 김현정(27)씨다.

김 작가는 동양화를 개성 있으면서도 현대 감각에 맞게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른 나이에 국내외 개인전에서 성공을 거뒀다.

분쟁은 지난 2013년 6월 서울대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동양화과 출신 김 작가에 대한 글과 댓글들에서 시작됐다.

수백 개의 댓글에는 김 작가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부터 작품성에 대한 논의, 표절이나 공개된 약력에 대한 진위 의혹 등이 포함돼 있었다.

김 작가의 요청으로 글은 삭제됐고 김 작가는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학생 10여명을 고소했다. 다수가 보는 공간에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고 자신과 작품의 사진을 올렸다는 것이 김 작가 측의 입장이었다.

게시판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공론장에서 오갈 수 있는 논쟁의 자유를 김 작가가 틀어막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의견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거나 "학우들이 연이은 고소를 두려워하게 돼 이후 게시판에서 김 작가에 대한 논쟁 자체가 사라졌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고소를 당한 학생들 중 상당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A씨 등 3명은 최종적으로 모욕죄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이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를 해야 할 예술가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학우들을 고소한 것은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청구했다.

청구가 받아들여진 이후 A씨 등은 서울대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참관 일정을 알리는 이메일을 배포하며 참관을 촉구해 왔다.

피고인 대표인 A씨는 "김 작가에 대한 비평글이 올라오던 당시에는 미술에 대한 진지한 비평글 수십 건이 올라오며 다양한 논의가 꽃피었지만 고소 이후 진지한 담론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며 "'고소 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식재판을 통해 수십만원 정도의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주관적이고 기준이 모호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에 합의를 시도하지 않았다"며  "재판에 직접 와서 많은 분들이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거짓 인터뷰 논란을 빚었던 홍가혜씨의 변론을 맡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법무법인 이공이 재판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홍씨는 해경의 구조활동에 대해 거짓 인터뷰를 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9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자신이 겪고 들은 바를 말한 것이지 허위사실을 적시하려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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