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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도핑' 미스터리…금지 약물 진짜 몰랐나

朴측 "주사제 성분 몰랐다" vs 병원 "문제되는지 몰랐다"…투약 이유·횟수도 의문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5-01-28 12:01 송고 | 2015-01-28 17:07 최종수정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가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을 받아 파문이 일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박태환 선수 소속사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5.1.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가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을 받아 파문이 일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박태환 선수 소속사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5.1.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주사제를 맞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박태환 측과 주사제를 투약한 병원간 주장이 엇갈리는 등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박태환 선수가 지난해 7월2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T병원에서 '네비도' 주사제를 맞았고 그 안에 테스토스테론이란 금지약물이 함유돼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박태환 측은 병원에 주사제의 문제 여부를 여러차례 확인했고 이후 병원 측으로부터 맞아도 상관없다는 설명을 듣고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주사를 투여한 사실은 맞지만 주사 속 약물이 도핑테스트에 위반되는 금지약물인지는 몰랐다는 주장이다.

◇금지약물 성분 사전에 진짜 몰랐나
박태환과 병원 양측 모두 주사를 맞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 쪽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사실, 다른 한 쪽에서는 이 성분이 문제가 되는지 여부 등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박태환 측과 병원 측이 테스토스테론 함유 여부나 금지약물 지정 여부를 사전에 몰랐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박태환 선수에게 투여된 네비도(제조사 바이엘쉐링)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갱년기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비뇨기과를 찾는 중년 남성들에게 주로 처방되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치료제이다.

네비도는 순간적으로 힘을 발생시켜 운동선수들에게 효과적이지만 주성분인 테스토스테론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이 지정한 금지약물이다.

투약시 만성피로감이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면서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도핑에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일반인조차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육상 단거리, 야구, 격투기 등 순간적인 근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의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했다가 들통난 사례가 많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우승자 벤 존슨(캐나다)은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금메달과 함께 모든 기록이 박탈된 채 육상계를 떠났다.

세계적인 스프린터 저스틴 게이틀린(미국)도 역시 2006년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으로 4년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크림을 발라 MLB 역사상 최장 출장금지(162경기) 징계를 받았다.

고환암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도 테스토스테론으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때문에 WADA는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을 금지약물로 분류해 취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도핑테스트에 적발되면 최소 2년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수영스타가 자기 몸에 어떤 주사를 놓는지도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박 선수 측은 검찰 조사에서 "병원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 맞는 게 좋겠다고 해 맞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재활치료 등을 전문으로하는 병원 측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 조사에서 병원 측은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았다"면서 "주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동의를 받고 놓았다. 네비도가 금지약물임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네비도 주사 투약 이유와 횟수는

박태환 측이 언론사에 보낸 해명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모 병원으로부터 무료로 카이로프랙틱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습니다. 박태환 선수는 평상시 금지약물과 도핑테스트에 극도로 민감한 편이어서, 당시에도 박태환 선수가 카이로프랙틱을 마치고나서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준다고 할 때, 해당 주사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지 수차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박태환이 무슨 목적으로 주사를 맞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전문가들은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네비도 주사'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통증을 치료하려면 통상 '코티존'이라는 다른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박태환의 네비도 주사 투약 횟수도 의문이 남는다.

박태환 측은 해명자료에서 문제의 주사를 총 몇 번이나 맞았는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박태환 선수가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게 한 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검찰이 발표한 지난해 7월29일 이전인 2013년 12월에 한 차례 더 투약했다는 것이다.

주사를 몇 번 맞아야 도핑테스트에 걸리는지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통상 '네비도 주사'는 1회만 처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통 3~4회를 투여해야 양성반응이 나온다는 견해도 있고 단 1회 투약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의 체질과 금지약물 투여량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의 체내 잔존량이 30일내에 없어지기도 하고 50일내에 없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박태환 선수는 오는 2월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참석한다. 병원 측의 잘못으로 자신이 피해자가 된 점을 설명할 예정이지만 중징계를 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FINA는 선수가 도핑검사에서 적발되면 검출된 금지약물의 종류, 고의성 여부 등에 따라 기본적으로 2∼4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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