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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훔방' 엄용훈 대표, 대통령에 호소문 "상영 원칙·기준 세워달라"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2015-01-27 11:56 송고 | 2015-01-27 13:43 최종수정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의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엄용훈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남겼다.

엄용훈 전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불철주야로 바쁘신 와중에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다는 죄송스러움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잘 알기에, 수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임을 반복하다가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이 서신을 올리오니 잠시 시간을 내시어 읽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그간 자신이 제작했던 영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후 '개훔방'을 제작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어른들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집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는 휴먼코미디이자 성장드라마입니다"라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리틀빅픽처스 엄용훈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남겼다. © 뉴스1스포츠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엄용훈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남겼다. © 뉴스1스포츠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엄용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님.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31일 언론 및 시사회 관객의 높은 호평과 큰 응원을 받으면서 많은 기대를 안고 개봉을 했지만, 개봉 첫 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개봉관만을 확보하고 출발했습니다"라며 "그 다음 주부터는 조조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상영시간으로 배정 받음으로써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아이들과 함께 볼 가족영화가 상영관을 찾아서 지역의 경계를 넘어 다녀야 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항을 맞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이 되자 결국 언론의 평가와 관객들의 개봉관 확대의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개봉 2주차가 지난 지금은 전국에 10여 개 극장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으며, 그나마 대기업 극장 체인점은 거의 사라져버린 상황입니다"라며 "이 상황에 대해 극장 측에서는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낮아서 관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이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또 그는 "자사 계열 배급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 예매 오픈 시기를 대부분 2주 전에 열어 줬지만, 중소배급사 영화의 경우에는 개봉일 1주일도 이내로 임박해서야 열어줬습니다. 그 예매 오픈 극장의 수도 지극히 작은 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예매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 상영관을 조조 및 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배정을 함으로써 좌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 임에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만을 거론하고 개봉관을 줄이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엄용훈 대표는 "현재의 영화산업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되어 버린 상영관 구조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 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디 대통령님께 바라옵건대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십시오. 극장은 배급과 독립적인 구조를 확보해 영화에 대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원칙을 지키고 작지만 좋은 영화에는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공정한 룰을 세워 관리하고, 제작사는 이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영화를 제작하여 진정한 문화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염원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시사회 직후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적은 수의 상영관에서 개봉되며 투자-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의 희생 제물이 됐다. 이에 이 영화의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을 사퇴했고, 상영관 확대 운동을 펼치는 관객들의 움직임이 일었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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