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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두환 추징법' 위헌 의심"…법원, 위헌법률심판 제청

서울고법 이의신청 재판부 "무죄추정의 원칙 반하고 재산권·법관의 양형결정권 침해 우려"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01-26 19:40 송고 | 2015-01-27 08:18 최종수정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지난 2013년 9월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미납추징금 1672억원의 납부계획과 함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돌아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지난 2013년 9월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미납추징금 1672억원의 납부계획과 함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돌아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미 타인 소유가 된 전두환(84)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을 검찰의 판단에 따라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조항에 대해 법원이 "위헌의 의심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문제가 된 법률 조항은 지난 2013년 신설 당시부터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며 논란을 불러모았던 조항이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전 전대통령의 불법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3년 서울 한남동 땅 546㎡(165평)를 압류당한 박모(52)씨가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7일 밝혔다.
 
전 전대통령은 뇌물로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박씨는 2011년 4월 전 전대통령의 큰아들 전재국(56)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재홍(59)씨에게 27억원을 주고 이 땅의 일부를 사들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불법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은 제3자를 상대로 추징할 수 있다고 한 규정을 적용해 지난 2013년 7월 박씨의 부동산도 압류했다.
 
그러자 박씨는 "전 전대통령의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땅을 구입했다"며 서울고법에 재판에 관한 이의 신청을 냈다. 또 이의 신청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제9조의2'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함께 신청했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는 범인 외의 사람이 불법인 사정을 알면서도 취득한 불법재산에 대해 별도의 재판 없이 검사의 판단만으로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전 전대통령 불법재산 환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신설돼 공포됐고 사회 전반에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재판부는 이 규정에 대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등에 반하고 국민의 재산권, 법관의 양형결정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검사의 조사 결과만으로 제3자가 불법재산이라는 점을 알고 취득했다고 판단한 뒤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검사가 관계인에게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청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청문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에게 재산상태를 조사할 권한을 준 조항으로 보인다"며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킨 조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검사가 기소를 하기도 전에 추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검사가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몰수 대신 추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역시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한 것"이라며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통해 몰수나 추징을 결정하고 그 전에 보전수단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검사로 하여금 재산보전 처분이 아닌 '강제집행'까지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의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급입법' 논란이 일었던 부칙 조항에 대해서는 "공익이 더 크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박씨는 지난 2013년 11월 검찰의 압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도 취소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의 신청 심판은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행정소송 재판도 역시 이의 신청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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