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금연정책·연말정산폭탄 '나비효과?'…'슬럼프플레이션' 공포 온다

금연정책·연말정산 폭탄·전월세 폭등…"가계부담 커지고 불황 깊어질 수 있어"

(서울=뉴스1)산업2부 | 2015-01-23 18:33 송고
담배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7일 오후 용인 기흥구 인근 사업체 주변에 마련된 흡연실에서 근로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금연종합대책에 따라 평균 2천원 인상된 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2015.1.7./뉴스1 2015.01.0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담배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7일 오후 용인 기흥구 인근 사업체 주변에 마련된 흡연실에서 근로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금연종합대책에 따라 평균 2천원 인상된 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2015.1.7./뉴스1 2015.01.0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의 이마에는 나날이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전면 금연 정책이 시행되면서 매출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작년말과 비교하면 일 매출이 20~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출입문 등 내부구조를 수차례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연초부터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금연지역 확대로 인해 커피점, 술집 등 동네 상권의 매출이 줄고 있다. 여기에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폭탄, 치솟는 전세값 등 서민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요인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슬럼프플레이션의 공포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슬럼프플레이션은 불황을 뜻하는 '슬럼프'와 물가인상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불황속 고물가'를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보다 정도가 더 클 때를 의미한다.

◇커피점·술집 등 "금연구역 지정때문에 죽겠어요"

다른 지역의 커피전문점도 앞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의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금연정책이 시작되기 전에는 평일 아침과 점심에 흡연석 16개 테이블 모두 자리가 찼다"며 "금연정책이 실시된 후 개조한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은 10명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3일 동안 매출이 크게 줄었다가 최근에 그나마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그나마 흡연실을 개조하는 등 대응을 빨리해 타격이 덜한 것으로 보였다.
다방은 커피전문점보다 타격이 더 크다. 명동에 있는 A다방은 주로 노인들이 담배를 피기 위해 찾는 장소였다. 하지만 전면금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 다방의 종업원 B씨는 "작년까지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 직후에는 테이블이 꽉 차는 날도 많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들어오다가 담배 못 핀다는 소리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고기를 구우면서 소주와 담배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고깃집이나 곱창집 역시 같은 상황이다. 종로의 한 곱창집 주인은 "곱창집이나 고깃집은 소주 한잔에 담배를 곁들여 대화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담배를 나가서 피워야 하니 대화도 끊기고 분위기도 흐려져 손님들의 귀가시간도 빨라져 매출도 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나빠지면 내수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활성화는 돈이 많이 돌아야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자꾸 어려워지고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면 시중에 그만큼 돈이 돌지 못하고 불황이 깊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2015.1.19/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2015.1.19/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폭탄'까지

여기에 연초 담배세 인상, 연말정산 폭탄 등이 터지면서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고 있다. 담배를 비롯해 생활필수품들의 가격이 많이 올라 지갑이 얇아진데다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로 세금폭탄 우려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아예 닫고 있다.

추가적인 악재도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요금의 인상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담뱃값에 이어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소비심리에 악재다.

담배가격 인상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곳은 편의점이다. 담배가 편의점 판매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여타 상품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21일 사이 담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가량 급감했다. A편의점은 이 기간 담배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보다 담배 판매량이 35.2% 감소했다고 밝혔다. B편의점은 이 기간 담배 판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6%나 감소했다.

편의점 업계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매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 A편의점의 이 기간 방문자수는 전년보다 8.2%나 줄었다. 방문자수 감소는 매출감소와 직결된다는 의미여서 향후 지속적인 판매부진을 걱정하고 있다.

경기 부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담뱃값 인상 전에 100명 정도 찾아왔다면 지금은 40명도 안될 정도로 손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담배 매출 뿐만 아니라 음료나 신선식품 등 주요 상품 매출도 부진해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도 1.2% 매출이 역신장했고, 현대백화점은 1.8% 감소했다. 지난해 보다 3주 정도 뒤로 밀린 설 연휴를 매출 역신장의 가장 큰 이유로 꼽지만 연말정산, 담뱃값 인상 등 서민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요인들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설명절이 뒤로 밀려 있는데다 따뜻한 날씨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겨울 옷 판매 부진이 여전한데다 설명절도 뒤로 밀려 매출이 부진했다"며 "연말정산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침체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는 감소폭이 더 크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이마트 매출은 2.4% 감소했다. 연말정산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7% 역신장했다. 롯데마트도 올해 매출이 역신장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데다 연말정산, 담뱃값 인상 등 서민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요인들이 겹치고 있다"며 "올해도 판매 부진이 지속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도 폭등…"서민들 살 곳 찾기도 힘들다"

치솟는 전·월세 가격도 서민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하고 있다.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주거비용 상승이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실제 이달 들어 서울의 전셋값 변동률은 지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거비 부담이 날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달 셋째 주와 넷째 주 서울 전셋값 변동률은 각각 0.27%, 0.16% 상승하는 등 전세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이주수요로 전세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서초구 전셋값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와 반포동 주공1단지는 일주일 만에 전세가격이 최대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서초구 신동아와 무지개 아파트도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지난해 11월에 비해 전셋값이 최대 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재건축 대상인 우성2차 아파트에 거주하던 수요자가 이사를 위한 전셋집을 찾으면서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전세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서초구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만간 재건축 착공에 들어가는 우성2차 아파트의 이주기간은 오는 3월 31일까지"라며 "재건축 이주수요가 증가하며 일대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서초구의 경우 학군이나 직장 때문에 중소형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수요자가 많아 전셋값 상승이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우성2차 인근 아파트나 오피스텔 세입자들에는 사회 초년생들도 포함됐다"면서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가격이 너무 오르자 서울 외곽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고객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강서구 역시 신혼부부 등 서민들이 전세를 찾고 있지만 가파르게 상승한 전셋값이 부담이 되고 있다. 화곡동 우장산 IPARK·e편한세상은 일주일 사이 전셋값이 5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격은 담뱃값과 다르게 억 단위를 오가지만 모두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라며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으로 이어지면서 서민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지표는 이미 '불황'…가계부채는 '급증세'

실제 거시지표는 이미 불황에 가까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기보다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는 9분기만에 최저수준이다. 이 여파로 작년 연간 GDP성장률도 3.3%로 한국은행 전망치 3.5%에 미치지 못했다.

실업률은 2014년 12월 기준 3.2%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가 새로 만든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10.1%로 치솟는다. 아르바이트생, 경력단절여성, 취업재수생 등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해 실업자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눈에 보이는 실업률은 높아보이지 않지만 그만큼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자리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2014년 9월말 1060조원을 기록한 것에 이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기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가계부채 증가세가 너무 높아져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까지 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거시지표에서 보이듯 현재 상황은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반면 가계부채 급증, 서민세금 증가, 전월세 급등 등으로 중요한 경제주체인 가계의 체질이 허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jinebito@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