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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기술중 17개만 자립...원전해체 안방시장 내줄판

[그래도 원전이 희망이다]⑦ 법도 기술도 준비안된 원전해체
그간 원전 짓고 운영하는데만 몰두...원전 해체 기술력 선진국 70%불과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2015-01-23 21:22 송고 | 2015-01-26 16:01 최종수정
원전 운영 현황(원자력문화재단 제공)© News1
원전 운영 현황(원자력문화재단 제공)© News1

최초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자력발전소가 나타나면서 '원전 폐로' 논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해체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인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할 것이지 아니면 폐로할 것인지를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는 그간 원전을 짓고 운영하는데 치중한 까닭에 해체에 대해서는 준비와 투자가 부족했다. 이에 따라 원전해체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안방시장을 내줄 판이라는 뜻이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2050년 원전 해체시장의 규모는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 원전해체..2050년 시장규모 1000조원 추정도


26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세계 원전은 34개 국가에서 584기가 건설돼 있다. 이 가운데 435기가 운전 중이고 나머지 149기의 원전은 영구 정지 중이다. 149기 중 119기는 이미 해체됐거나 해체될 예정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원전 건설 르네상스는 시간이 흘러 이제 해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원전 폐로의 사전적 정의는 영구 정지된 원전 내에 있는 오염물질과 발전소 건물을 없애고 오염된 발전소 부지도 건설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은 것을 말한다. 해체준비→제염→절단·철거→폐기물 처리→환경복원 등의 단계를 거친다.


방법은 지연해체와 즉시해체로 구분된다. 지연해체는 영구정지 후 안전밀폐관리 과정을 거쳐 해체하는 것을 말하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방사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방사성 폐기물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으며 해체 비용 역시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시해체는 통상 영구정지 후 5년 동안 준비하는 것으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폐기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빠른 부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양대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는 즉시해체를 기본으로 하면서 지연해체 방법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원전 해체가 관심을 받고 있는 주된 이유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필연적 상황뿐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978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기준으로 따지면 1000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이다.


아직은 관련 시장이 가시화되진 않았다. 실제 전 세계에서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세 나라뿐이다. 이 중 미국이 14기로 가장 경험이 많고 다음으로 독일 3기, 일본 1기 등의 순이다.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이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원전업계는 전 세계 해체시장의 경우 2030년 이후 본격화되고 우리나라는 운영허가 기간과 계속운전 등을 고려하면 2040년대 이후부터 원전 해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10~30년 사이에 12기 원전이 해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생각해 해체를 준비할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성원자력본부의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최창호 기자
월성원자력본부의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최창호 기자

한기 해체에 최소 20년…우리나라는 관련 기술 선진국 70% 수준

원전 해체에는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옛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가동됐던 '트리가 마크(TRIGA MARK)3'의 경우 상업용이 아닌 2MW급의 소형 연구용 원자로였지만 해체하는데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에 걸쳐 17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원전 해체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원전 1기의 해체비용을 2012년 3989억원에서 6033억원으로 상향했다. 일각에선 이 비용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7800억원, 일본 9590억원 등 실제 원전을 해체해 본 나라들이 책정한 평균 해체비용은 6546억원이다. 이와 관련, 운영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종전까지 이 해체비용을 충당부채로 적립해 오다 지난해 12월 현금으로 적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소요되는 시간도 어마어마하다. 5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제염과 절단, 철거, 폐기물 처리까지만 10년이 걸리고 이후 환경 복원에도 최소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1기 해체에 최소 20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20년 이상이 걸리는 전 과정을 아직 국내 기술로만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원전 해체의 핵심 기반기술 38개 중 현재 확보된 기술은 17개에 불과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표한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기반기술개발 계획'에 따르면 21개의 미확보 기술은 준비(2가지), 제염(3가지), 절단(6가지), 폐기물처리(6가지), 환경복원(4가지) 등 전 과정에 분포돼 있다.


해체 기술력 역시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나마 단계별로 해체 준비와 폐기물 처리 등의 경우 다른 과정에 비해 앞서 있으나 절단과 환경복원에서는 많이 뒤쳐져 있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2021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미확보된 21개의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력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의 일환으로 2019년까지 원자력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를 짓는다. 원전 운영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센터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으로 아직 어느 지역에 연구센터를 지을지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로 유치 지역을 결정하고 조속한 건설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대로라면 국내 원전 해체시장을 외국 자본과 기술력에 내줄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관심을 쏟기 시작했으나 아직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와 관련된 원론적인 수준의 법안만 규정돼 있다"며 "해체 과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시행령과 규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원전 진흥정책은 산업부가, 감독은 원안위가 하고 있지만 해체의 경우 아직 주체가 없다"며 "영국처럼 독립된 기관을 만든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선 현재 운영기간이 만료돼 정지해 있는 월성 1호기에 대해 폐로를 결정하고 원전 해체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균렬 교수는 "잘 생각해야 한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서 교수는 "해체 경험을 쌓기 위해 폐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며 "오래된 원전이든 아니든 원전은 결코 값 싼 실험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yagooj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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