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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에서 지방합성억제로..비만치료 신기원이 열린다

[터닝포인트 2015] 종근당 'CKD-732' 세포에서 지방합성 막아
살빼는 효과 크면서 부작용 적어..임상 1상에서 1개월에 평균 4kg 감량
앞으로 2~3년 뒤 시판허가 예상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5-01-01 01:47 송고 | 2015-01-02 15:28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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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고 싶다
! 식욕만큼이나 강렬한 사회적 숙제가 된지 오래다. 많이 먹고 찌다 보니 빼빼함이 아름다움의 근간이 됐다. 풍요가 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비만인구수는 전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도비만은 단순히 지방이 많다는 수준을 넘어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 발생위험을 키워 사회적 손실을 키운다. 최근 우리나라도 건강보험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정도로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웬만한 비만엔 식이조절운동이 무난한 해결책으로 권장됐다. 고도비만에는 지방흡입이나 위절제술 등 물리적인 수술요법이 사람에 따라 권장되고 있지만 부작용 우려에다 경제적 부담도 적지않다. 비만 타도책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 만약 약으로 뺄 수 있다면? 시중에 비만치료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치료제라기보다 비만경로에 접근하는 것을 강제로 막는 차단제에 가깝다. 작용기전이 식욕이나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간접적인 것 들이어서다. 인체적 저항이 따르는 것을 무리하게 건드리다 보니 부작용 또한 큰 문제다.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등이 대표적이다. 밥을 덜먹게 하기 위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다 보니 두통과 메스꺼움, 심하면 정신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다.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향정신성약이라는 특징 때문에 약제 관리도 간단하지 않다.
지방흡수억제제는 제니칼(성분 오르리스타트)이 대표적이다. 약물 복용 시 위장에서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배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살이 빠지게 되는 원리다. 중추신경계 부작용은 이전 경쟁약이었던 리덕틸(성분 시부트라민)에 비해 덜하지만 체중 감소효과가 식욕억제제에 비해 크지 않고, 6개월 이상 처방 시 내성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치료를 위한 획기적 약물로 보기 어렵다는 학계 일부의 시각이 투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현실속에서 이전에 없던 획기적인 기전을 가진 꿈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가 있다. 바로 종근당이다. 물론 대상은 미용목적이 아닌 질병이라 할 고도비만자를 위한 것이다.

김성곤 종근당 효종연구소장© News1

◇종근당 이제까지 없었던 혁신적 비만치료제 도전

종근당은 비만치료를 위한 신약물질을 유기합성으로 찾아내는데 성공, 성분명을 벨로라닙으로, 코드명을 ‘CKD-732’로 명명하고 미국, 호주 등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CKD-732는 식욕이나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기존약과 달리 인체 세포에서 지방합성을 막는 억제제다. 작용기전이 직접적이면서 부작용이 적다.

구체적으로 비만 환자의 지방세포에서 지방합성을 촉진하는 ERK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고 지방합성을 억제하는 AMPK 효소를 활성화하는 구조다. 지방합성이 억제되면 남아있는 지방이 태워져 자연히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식사때 인체 들어가는 지방은 덩어리가 커서 소화액에 의해 잘게 쪼개진 다음 인체에 흡수된다. 그렇게 들어온 지방 단량체가 다시 세포에서 효소에 의해 합쳐져 에너지원이 되는 데 그것을 막는게 이번 치료제다.

새 지방 합성을 막고 남는 지방을 태워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자연히 밥도 덜먹게 된다는 설명이다. 살이 빠지는 것에 덤으로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종근당 효종연구소 김성곤 소장은 “CKD-732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에 출시돼 있는 중추신경계 작용 약제나 지방흡수 억제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로 탄생하게 된다세계시장에 비만치료에 획기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 1상에서 1개월 평균 4kg 안전하게 감량

김 소장은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연구 중간 결과에 대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비만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자평했다.

임상 대상은 BMI 30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 유전자 이상으로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 프래더-윌리 증후군(PWS), 뇌하수체 부위에 발생하는 뇌종양 일종인 두개인두종으로 인한 비만 환자다.

CKD-732는 임상 1상에서 고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1개월 평균 4kg의 체중 감량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1개월 동안 안전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최대수치이다.

약물로 인한 어떠한 이상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중성지방과 저밀도 지질단백 콜레스테롤 등 몸 속의 나쁜 혈중 지질 인자들을 감소시켜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도 낮췄다는 게 김 연구소장의 설명이다.

공동 개발 중인 자프겐사가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임상 2a(2기 전기임상) 결과는 더욱 고무적이다. CKD-732 0.6mg·1.2mg·2.4mg을 각각 주 2회 투여해 12주가 경과됐을 때, 각각 5.5kg, 6.9kg, 10.9kg이 감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복감이 줄었고 심대사계 위험 지표인자들이 향상됐다. 내약성도 양호한 것으로 관찰됐다. 임상 1상과 마찬가지로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개선, 혈압강하 효과도 재차 확인됐다.

프래더-윌리증후군(PWS) 환자들에 대해서도 임상 2a상에서 4주 동안 투약한 결과 위약(Placebo) 대비 체지방률 8.1%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공복감 역시 개선되면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줄였다.

현재 12세 이상의 프래더-윌리증후군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3상이 시작됐다. 중간 결과는 내년 말 발표될 예정이다. 두개인두종으로 인한 비만에 대해서는 임상2a가 진행 중인데,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고무적인 결과가 나온 것을 알려졌다.

전혀 새로운 기전의 고도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 © News1<br><br>
전혀 새로운 기전의 고도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 © News1


◇종근당 ‘CKD-732’ 개발 어떻게?

종근당 새 기전의 비만치료제 개발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근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신생혈관억제효과를 갖는 항암제를 개발하다 CKD-732가 항비만 기능을 갖는 것을 알게 됐다.


치료제로 자체 개발노력을 기울이던 중 2009CKD-732의 가능성을 알아본 미국 자프겐(Zafgen)사가 기술을 수입, 본격적으로 공동개발에 들어가게 됐다. CKD-7322011년 호주에서 임상 1상과 지난해 임상 2a상을 완료했고, 미국에서는 임상 2b(2기 후기 임상)을 마쳤다.

각각의 임상 진행에 대해 김성곤 연구소장은 미국에서 고도비만 치료제로는 현재 임상 2상을 마친 뒤 3상을 준비하고 있고 프래더-윌리 증후군에 대해선 올해 10월부터 임상 3상에 들어갔다두개인두종으로 인한 비만에 대해선 임상 2a상이 진행 중인데 모두 고무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개발 기간, 향후 경쟁약은?

CKD-732와 경쟁할 약으로는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인 벨네페릿(velneperit)과 세틸리스탯(cetilistat)이 있다. 하지만 기존 출시됐던 약제들과 작용기전이 같아 신개념 약제로 칭하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벨네페릿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속하고, 세틸리스탯은 기존 치료약물인 제니칼과 동일한 지방분해 효소억제제여서 체중감소 효과가 동일할 것으로 예측돼 향후 시장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어 지금까지는 수술 요법이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추천되고 있지만 체중감소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작은 CKD-732이 출시될 경우 수술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고 의사들 역시 치료 선택의 폭이 보다 넓어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CKD-732에 대한 임상 3상연구 완료 후 시판허가가 이뤄지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자프겐이, 우리나라의 경우 종근당이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점은 앞으로 2~3년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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