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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년사 앞두고 전격 남북대화 제의 배경은?

통준위 통해 '대북 정책 설명'...이미 진행 중인 사안 중심으로 대화 테이블 유도
北 1월1일 신년사 앞두고 선제적 대북조치...내년 남북관계 주도 의사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4-12-29 16:21 송고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에 당국 간 회담을 내년 1월에 가질 것을 제의하고 있다. 2014.12.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에 당국 간 회담을 내년 1월에 가질 것을 제의하고 있다. 2014.12.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부가 2014년을 불과 사흘 남긴 29일 전격적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대화 제의는 민·관 통합 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제의돼 그간의 남북대화의 틀을 깨는 파격적 형식으로 평가받을만 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번 제의는 우선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을 구체화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남북대화의 주체로 내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구상' 등을 구체화하는 정책들을 통준위를 통해 마련해왔다.

정부는 또 국제회의나 남북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과 설명을 전달할 기회를 모색해왔으나 북한의 반발 등으로 이를 현실화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대화 제의는 회담의 의제를 통준위의 내년도 핵심 통일정책 추진방안들로 구성해 자연스럽게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북측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통준위 정부 측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북한에 대한 공식 대화 제의에 앞서 통준위가 2015년 추진할 '평화통일 추진방안'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남북한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및 스포츠 교류 등 민간 교류 확대를 통한 남북 문화협정 체결 △이산가족 생사 확인, 서신 및 영상편지 교환, 정례적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작업 구체화 △보건·영양개선사업 및 생활·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 내실화 추진 △통일시대 법률 및 제반제도 구성 △나진-하산과 같은 남북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경제협력사업 추진 등이 주요 사업으로 명시됐다.

눈에 띄는 것은 상당수 사업들이 이미 남북이 민간을 통해 어느 정도 추진 중에 있다는 점이다.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및 스포츠 교류'에 있어 남북은 5·24대북조치 이후 중단된 겨레말큰사전편찬 작업을 올해 재개했으며 유소년 축구,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스포츠 교류도 진행한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도 올해 2월 고위급 접촉을 통해 성사시켜 3년10개월여 만에 재개했으며 나진-하산 물류사업은 현 정부 들어 최대규모의 남북 합작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중심으로 한 '낮은 수준'의 대북정책 추진과 이를 바탕으로 대화 의제를 설정함으로서 북한을 먼저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오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류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에 서로 간에 관심이 있는 그런 사항들은 다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이번 대화의 의제를 포괄적으로 상정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날 회담 제의는 북한이 매년 1월1일 한 해의 남북관계 기조를 담아 발표하는 신년사를 앞두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의미도 있다.

올해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한 뒤 고위급 접촉, 아시안게임 참가를 연달아 선언한 만큼 내년에는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주도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신년사를 앞두고 이번 대화 제의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정보 당국 등을 통해 북한이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설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측면에서 정부가 선제적 대화공세로 남북관계 경색을 막겠다는 의사가 반영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편으론 이날 우리 측 통지문의 수신자로 명시된 북한 김양건 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최근 통준위 분과위원장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남 유화메시지를 언급한 것도 이날 전격적인 대화 제의를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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