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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스 이브에 처지 비관 50대 남성 구청서 투신 숨져(종합)

'근로확인서' 없어 긴급복지지원 불가…자살 추정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4-12-26 16:26 송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50대 남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구청사 8층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4일 오후 5시51분쯤 9층짜리 동대문구청사 건물 8층에서 이모(58)씨가 창밖으로 뛰어내려 숨져 있는 것을 근처를 지나가던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투신 당일 오후 동대문구청을 찾아 긴급복지지원제도 신청을 하고자 했다.

이 제도 대상자가 되면 6개월 동안 매달 39만9000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직 후 6개월 이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로확인서가 없었던 이씨는 '서류를 가져오면 받아주겠다'는 구청 직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30여만원의 생활비를 받았던 이씨는 부족한 지원금 탓에 지난 5월 기초생활수급을 해지하고 공공근로에 지원했다.

그러나 신청자가 많아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했고 한달에 30만원씩 내야 했던 월세도 계속 밀려 있었다.

마지막 희망을 갖고 구청을 찾았던 이씨는 한 시간 넘게 구청 안을 맴돌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현장에 유서는 없었고 휴대폰과 신발자국만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미혼인 이씨는 가족들과 4년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을 정도로 자주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이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정신이 혼란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서류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니 서류를 갖고 오셔야 한다고 안내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씨에게 용역회사 업체 번호를 알려주면 근로 여부 확인을 위해 대신 통화라도 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이씨는 알겠다고 이야기한 후 구청 사무실을 떠났다.

이씨에게는 노모(79)와 여동생(56)이 있었지만 2년 전에 여동생에게 5만원을 빌리면서 통화한 게 전부였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dhs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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