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해외직구 2조원 시대①] "혼수, 시댁 선물까지 직구"…국내 업체 '한숨'

수입·유통업체 가격 맞대응 어려워 잠식당할 수밖에
유아용품 등 내수기반 제조업체도 설 땅 좁아져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4-12-28 16:34 송고 | 2014-12-28 18:43 최종수정
해외직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내 유통업체나 내수제조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14.12.24/뉴스1 © News1
해외직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내 유통업체나 내수제조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14.12.24/뉴스1 © News1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이모(29·여)씨는 최근 혼수를 장만하면서 백화점을 도는 것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는데 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주방용품을 비롯해 침구 등까지 국내 온라인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며 "시댁에 드릴 가방 등 선물도 직구로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5·남)씨는 해외직구 애용자다. 신발이나 옷 등은 거의 직구로 마련한다. 최근에는 백화점에서 300만원대에 팔리는 명품 시계를 절반 정도의 가격에 구매했다면서 뿌듯해 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아는 사람만 한다'던 해외직구가 보편화되고 있다. 어느덧 해외직구 시장규모가 2조원 가까이로 늘어났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 중국의 싱글데이 등 할인 행사일에 주로 이뤄졌던 직구가 이제는 평상시에도 이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의 규모는 1조1356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8월까지만 1조원을 넘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감안하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이 번거로움과 배송 차질 등 리스크를 무릅쓰고 직구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에게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 선택권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해외직구의 확대는 국내 유통업계 뿐만아니라 제조업체들 판도를 바꿔 놓을 태세다. 

특히 해외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업체들에게 해외 직구 확대는 직격탄이다. 직구에 비해 수입업체들은 유통과정이 포함돼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직구에 비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주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직구'에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백화점 소비자와 직구 소비자는 달라 큰 타격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고민이 크다"며 "그렇다고 직구 상품만큼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정도가 지금까지의 대책"이라고 털어놨다.

내수기반 제조업체의 위축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국내 소비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의 입지가 커질수록 국내 제조업체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아용 제품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젊은 엄마들이 직구를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사면서 국내 유아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가방이 중국업체로 매각됐을 때 다양한 분석이 나왔는데 그 중 '직구족 증가로 국내에서 유아용품을 제조하기가 어려워져 차라리 해외에 매각하는게 낫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을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동안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너무 비싸게 물건을 팔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때문에 싼 가격을 무기로 하는 '해외직구'가 사회 전반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국가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다고 직구를 못하게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 유통업체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inebito@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