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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실기업 감싸느라 대책없는 농식품부

실리·명분 갖춘 6차산업 경영체 투자해야 성공모델로 키울 수 있어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4-12-23 16:59 송고
© News1


질문 하나. 범인 A씨를 수사하다 공범을 발견하고 B씨에 대해 수사를 벌였는데도 B씨는 수사대상이 아니다?

    

질문 둘. 혐의가 드러나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형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8일 배포한 해명자료를 보고 든 의문이다. 상식 밖의 해명에 아주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밖에 없었다.

    

뉴스1이 지난 18일 보도한 '부실기업에 6차산업화펀드 지원논란' 기사는 부실기업인 우리자연홀딩스에 정부 자금이 투자되는 등 도입초기부터 문제점을 드러낸 6차산업화 펀드의 실태를 지적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날 배포한 해명자료는 '감사원 감사는 우리자연홀딩스가 받은 것이 아니며, 투자 심의시 세금체납, 가압류, 소송 여부는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농식품부 해명자료를 다시 짚어보자. 감사원은 경기도 보조금을 지원받는 경기친환경조합을 감사하다 우리자연홀딩스와 부당거래를 해온 사실을 적발해냈다. 우리자연홀딩스가 경기친환경조합에 농산물 가공품을 납품하지 않는데도 납품하는 것처럼 매입·매출전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약 1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것이다.

    

감사원은 우리자연홀딩스에게서 약 1억원을 환수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우리자연홀딩스 전하술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이 고발까지 한 기업을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하면 감사원이 취한 조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농식품부에 되묻고 있다.

    

감사원은 한발 나아가 우리자연홀딩스 설립 의도가 정의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자료에 따르면 경기친환경조합 전 대표인 정모 씨는 2012년 3월 친환경농산물 가공품에 대해서도 경기도 보조금이 지급된다며 우리자연홀딩스 전 대표에게 가공품 유통업체를 설립하면 재정지원 등의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이에 전 대표는 정확히 3개월 뒤인 2012년 6월 우리자연홀딩스를 설립했다.

    

정씨와 전 대표는 농식품부(당시 농림부) 산하 농림수산정보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다. 또 전 대표가 2012년 1월 경기친환경조합 실장으로 영입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을 가보면 진정성을 갖고 6차산업에 뛰어든 선구자들이 많다. 농식품부가 올해 상·하반기에 6차산업 예비인증사업자로 선정한 곳만 379개소에 이른다. 6차산업은 1·2·3차 산업이 융합돼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이 최대 난관이다. 농식품부가 2013년 6차산업화 펀드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자연홀딩스는 6차산업 예비인증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6차산업화 펀드운용사인 L&S벤처캐피탈은 지난 9월 6차산업화 펀드 3번째 투자기업으로 우리자연홀딩스를 택했다. L&S벤처캐피탈 임원은 이보다 6개월 앞선 지난 3월부터 우리자연홀딩스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L&S벤처캐피탈이 투자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은 대외비라고 한다. 농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구 농업정책자금관리단) 관계자는 선정 마지막 단계인 투자심의위원회에 참관하는 정도다. 펀드 자금의 70%가 정부 자금이고, 운용사의 자금은 10%에 불과한데도 모든 권한은 운용사가 갖고 있는 구조다. 

    

부실이 우려되고 6차산업 육성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되는 기업을 걸러내는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게 보도의 취지였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내놓은 해명자료에는 부당한 투자를 막기 위한 방안이나 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공정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6차산업 육성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핵심정책이다. 그보다 농어촌의 미래가 달린 산업이다. 6차산업화 펀드는 성공모델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만큼 실체와 자격을 두루 갖춘 6차산업 경영체를 찾아 투자하는 게 마땅하다.

    

"투자가치가 있는지는 우리가 판단한다"고 잘라말하는 L&S벤처캐피탈 관계자와 "펀드 도입 초기라 정부가 너무 관여하면 규제로 받아들여서 안 된다"며 한발 빼는 농식품부 공무원을 보면서 6차산업 육성이 또 하나의 구호에 그치는 농업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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