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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주역 펼쳐보는 애널리스트…"미치도록 알고 싶어요"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4-12-24 06:00 송고
© News1

미래를 읽어야 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애널리스트다. 현재로부터 짧게는 3개월, 길면 1년 이후에 자기가 담당하는 기업과 시장의 실적과 주가가 얼마일지를 예상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들은 매년 12월이되면 내년도 증시를 전망해보는 보고서와 멘트를 내놓는다. 언론이 전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내년 증시에 대한 예측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보다 정확한 전망을 선보이기 위해 예정된 이슈들을 살피고 과거 해당 기업의 실적과 시장의 상황을 종합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히 말하자면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전망은 상당히 빗나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이슈들이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가능하지도 한다. 지난 한 해를 둘러보자. 사전에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이슈들이 주가의 등락을 쥐었다폈다하며 투자자들을 괴롭혔다.
코스피를 이끌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3인방부터 시장의 전망과 어긋난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매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며, 이건희 회장은 병석에 누워 수개월째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한국전력의 부지에 10조원을 베팅해 업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앞서 4월에는 세월호가 침몰했으며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단비를 뿌리던 구름을 거두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이나 국제유가의 급락 등 증시에 큰 궤적을 남기고 있는 굵직한 이슈들은 연초에는 알 수 없었던 이슈다.

수많은 돌발변수가 쏟아지면서 코스피도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애널리스트의 희망적인 분석을 믿던 투자자들은 박스권에 갇힌 증시를 보면서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되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면서 겨자를 먹는 심정으로, 내년 전망에 대해 과감한 뷰를 내놓는 게 바로 애널리스트들이다.

최근 한 애널리스트가 무속인들이 점을 볼 때 참고하는 '주역'(周易)을 통해 내년도 증시를 전망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주역을 통해 본 증시는 올해 안에 '흉(凶)'이 끝나고 내년 초면 '길(吉)'하다고 한다.

그는 "역술인과 애널리스트는 모두 미래에 대해서 논하기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어쩌다가 이런 시대가 됐을까.

지난 2001년 뉴욕타임즈는 올스타인파이낸셜앨러트 펀드의 로버트 A. 올스타인 대표의 말을 인용해 "오늘날 애널리스트들은 점쟁이에 가깝다(Today's analysts are soothsayers)"고 비난했다. 그의 말도 예언이었을까. 이제는 애널리스트가 공개적으로 주역을 참고해 보고서를 쓰기에 이르렀다.

물론 해당 보고서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연말이다 보니 재미있는 읽을거리라고 생각해도 문제는 없다.

이 보고서를 읽은 다른 애널리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 영혼을 판 파우스트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라면 주역이든 토정비결이든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망한 투자자, 주저앉은 지수, 비난하는 언론 등 사방이 애널리스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을 할 일은 아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카피문구는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다. 아미 그 카피처럼 애널리스트들은 미치도록 미래가 알고 싶은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알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그 결실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 노력에 대해 이제는 더욱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도 좋지 않을까?

당장 내년 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내놓으라고 압박해 설익은 보고서를 받아보기보다는, 증시에는 변수가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맞지도 않을 코스피밴드가 뭐가 그리 궁금한가. 돌발이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심을 키우기 위해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해 보자. 2015년에도 잘 부탁드린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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