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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뒤 '절대→상대', 외대 성적평가 변경 논란

학교 측 뒤늦은 통보에 학생들 "피해 돌리지 말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12-23 09:53 송고

한국외국어대학교가 2학기가 끝난 뒤 성적평가 방식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한국외대와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교본부는 전날 오후 '이번 학기부터 모든 강의를 상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냈다.

    

학교본부는 이메일에서 "대학의 학점 인플레 현상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기업들도 대학 학점의 변별력을 불신하고 있다"며 "외대의 학점 인플레는 절대평가 과목 비율이 높다는 점을 포함해 여러 이유가 있다. 더욱 우수한 학사제도 운영을 위해 개선해야 할 큰 과제"라고 밝혔다.

    

학교본부가 내놓은 성적평가 방안에 따라 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모든 강의 성적에서 상대평가를 받는다. 다만 전체 교직과목, 수강생 중 재수강생과 군위탁생, 외국인학생, 대학원생 등에게는 기존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또 "학점분포가 최근 결정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번 학기에 신속한 대응(성적평가 방식 변경)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대학평가의 결과는 학교의 브랜드 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정원 감축과 국가장학금 축소, 정부주도사업 참여 제한 등 강도 높은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한국외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 시뮬레이션 결과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율, 성적 분포 등 3가지 세부지표의 점수가 저조해 D등급(A~E 등급 존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학교본부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돼 온 학점 인플레 현상을 해소하고 국가장학금 축소 등 제한을 받지 않는 C등급까지 회복하기 위해 성적평가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학교본부는 "대학구조개혁의 평가요소가 성적분포만은 아니다"라며 "외대가 취약한 다른 지표, 특별히 장학금수혜율이나 교육비환원율 같은 영역은 학교차원에서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말고사가 끝난 상황에서 뒤늦게 성적평가 방식을 바꾸겠다는 학교본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학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재학생은 총학 페이스북에 "성적평가 방식이 바뀌나,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에 제한이 걸리나 둘 중 어느 것이라도 학생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육부 평가를 알고 있었다면 교육비환원율, 장학금지급율, 성적분포 등을 미리 고치던가 보충했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피해를 돌리지 말라. 이번 건은 소송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외대에는 20명 미만이 듣는 어문계열 수업이 많아 그동안 이들 수업이 절대평가로 이뤄져 온 특수성이 있었는데 학교본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한 어문계열 학생은 "외대에 언어를 배우러 왔지, 이미 잘 하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C+를 받으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언어는 일단 기본적으로 살다온 사람들 혹은 이미 공부를 했던 사람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런 점을 고려했느냐"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 같은 어문계열 수업의 절대평가 관행이 그동안 한국외대의 '학점 인플레' 현상을 부추긴 주범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한편 총학은 23일 오전 서울캠퍼스 내에서 임시학생총회를 열고 성적평가 방식 변경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경희대에서도 2학기 성적 평가를 앞두고 교수와 강사들에게 '성적평가를 강좌당 학점 평균 3.0 이하가 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학생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기말 최종 성적평가를 앞두고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 협조요청을 취소한다"며 물러섰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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