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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혼신’이 함께하는 슈틸리케호의 동행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12-21 07:05 송고 | 2014-12-21 07:08 최종수정

제주도 전지훈련지에서 지켜본 한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상당히 꼼꼼하고 치밀했다. 전훈 초반 제주도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아 계획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하기 어려웠으나 나름 원활하게 바퀴가 돌아갔던 것은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방증이다.

이를테면, 지난 17일 훈련 스케줄은 3번이나 바뀌었다. 애초 오전 훈련을 준비했으나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에 오후로 수정했다. 워낙 악천후라 오후 훈련도 장소로 실내체육관으로 변경해 피지컬 트레이닝 위주로 다시 짰다. 그러나 오후 1시 넘어 다시 공지가 떴다. 해가 반짝 떠오르자 다시 서귀포 시민축구장에서 야외 훈련으로 변경했다.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던 슈틸리케 감독의 ‘변덕’ 덕분에 축구협회 직원들은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홍보 관계자들은 번번이 알림을 바꿔야했고, 지원 스태프들은 훈련 장소와 프로그램에 따라 준비 형태가 바뀌어야했다. 모든 노력은 결국 선수들을 위함이었다. 이런 자세가 슈틸리케호의 기본 정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혼신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의 혼신을 끌어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부터 게으르지 않다. © News1 DB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혼신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의 혼신을 끌어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부터 게으르지 않다. © News1 DB

제주도에서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항상 선수들에게 가진 모든 것을 운동장에 쏟으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코칭스태프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코칭스태프나 지원스태프들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한배’를 탄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헌신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는 것이 슈틸리케호를 이끄는 선장의 마인드다. 바람직한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다.

훈련을 마무리하면서 21일 오전 진행되는 자체 청백전이 거의 실제 A매치에 가까운 정식경기로 격상한 것 역시 선수들이 가진 것을 다 쏟아놓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스태프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판이 커졌다. 처음에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자체 청백전이었다. 훈련장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진행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제안으로 팬들과 함께 하는 자선경기로 업그레이드됐다. 팬들이 낸 입장료는 서귀포시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선수들의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전처럼 경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자체 평가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하려면 제대로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들이 가미됐다. 번호를 새긴 정식 유니폼도 급하게 찍었고 A매치처럼 운영하기 위해 축구협회 경기국 인원들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편성과 광고 등의 문제로 지상파 중계는 어려웠으나 결국 KFA TV를 통해 전국에 있는 모든 축구 팬들도 경기를 볼 수 있게끔 장치를 만들었다. 축구협회 마스코트 백호도 제주 팬들을 찾아간다. 일이 정말 커졌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혼신을 요구한다. 하지만 시키는 사람이 뒷짐을 진 채 입으로만 말하는 강요는 효과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모두가 헌신하면서 바라는 혼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호의 운항 방침. 적어도 지금까지는 꽤 매력적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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