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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쇼크…정유업계 2015년 키워드는 '생존'

유가폭락에 실적 사상 최악…비용절감 외엔 뾰족한 수 없어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4-12-22 11:39 송고 | 2014-12-22 13:12 최종수정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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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70달러 선을 염두에 두고 2015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던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사업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이렇다하게 내놓을 사업계획이 없는 형편이다. 나오는 말이라곤 '생존'이 전부다. 배럴당 50달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두바이유에 이어 브렌트유마저 배럴당 5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다보니 정유업계는 내부적으로 기준 유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전망치를 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렇게까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유가 전망에 대해 엇갈린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시장에선 유가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됐지만, 다른 일각에선 유가 바닥은 계절적으로 수요가 약한 내년 2월 말이나 3월쯤 돼야 알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계획을 짜고 있지만, 원가절감이 주를 이룬다. 업계에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할 수 있는 게 있었다면 진작 했을 것이란 하소연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신임 정철길 사장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업무보고가 끝나야 내년도 사업계획의 뚜렷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매주 비상경영회의까지 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재고관리 최적화와 비용절감이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이 될 것"이라며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만이 살 길"이라고 말을 아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고작 5억원. 4분기에도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원유가격 하락으로 4000억원 이상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원유 도입단가를 낮추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담당 트레이더들이 더 싼 원유가 있는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알래스카나 남미 등 기존엔 쳐다보지 않았던 지역까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올 상반기 SK에너지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73.7%로, 2011년 77.3%에 비하면 약 4% 가량 낮아졌다. 올해부터는 그간 도입 실적이 미미하던 아프리카산 원유 도입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도입선을 다변화했다. 통상 2% 수준을 밑돌던 SK에너지의 아프리카 원유 도입 비중은 상반기 기준으로 7%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 11월엔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왔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앞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을 통한 공정 유연화를 바탕으로 본원적 경쟁력 제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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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등 칼바람이 지나간 GS칼텍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도화설비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내년 사업계획의 핵심이다. GS칼텍스 측은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도화율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도화시설 등 보유시설을 충분히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정유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며 선전한 현대오일뱅크는 '비(非)정유' 사업을 통해 유가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카본블랙 사업에 진출한다. 정유를 넘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중장기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통해 카본블랙을 생산, 이를 합작사인 독일 회사를 통해 해외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구자인 신사업팀장은 "합작사 영업망을 통해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판매,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주주인 아람코가 원유의 평균단가격차(OSP differentials)를 인하하면서 숨통이 트인 에쓰오일은 공장 시설 개선을 통해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일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의 판매가격이 배럴당 1달러 낮아지면, 에쓰오일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약 2170억원 늘어난다. 

에쓰오일의 내년 사업계획은 '비용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장 시설개선을 통해 제품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비를 절감키로 했다. 비교적 시황이 좋은 PO(Propylene Oxide·산화프로필렌) 사업에도 진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회사 관계자는 "정유시설에서는 저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초저유황 경유(ULSD)의 생산을 늘리겠다"며 "증산이 아닌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내년 상반기 바닥을 다지고, 하반기엔 안정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며 "유가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없는 데다 석유화학 시황도 좋지 않고, 정부의 나프타 관세(최대 2%) 부과 추진 등이 겹치며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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