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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의원직 박탈, 월권이고 정치적" vs. "법과 전례 따른 것"(종합)

"국회서 할 일을 법률 근거도 없는 헌재가 왜" vs."정당활동 금지 취지 맞게 판결"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12-19 19:09 송고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및 당원들이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을 해산함과 동시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2014.12.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및 당원들이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을 해산함과 동시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2014.12.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19일, 이를 지켜본 헌법학자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입장에 따라 헌재의 결정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보였다.
특히 의원직 박탈을 두고 "국회에서 할 일을 헌재가 나서서 한 것", "헌재의 월권" 등 반대 의견과 "독일의 전례를 따른 것", "정당 활동을 금지시키기 위한 조치" 등 지지 의견으로 견해가 갈리는 양상이다.

해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학자들은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 했는지' 등을 헌재가 치밀하게 따져보지 않았는데 그 이면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헌법)는 "유신헌법을 비판하기만 해도 잡혀갔던 유신시절 긴급조치 때로 우리 헌정사를 되돌린 퇴행적 판결"이라며 "다원주의를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데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진보당 정도의 편향성을 가진 정당도 수용할 수 없도록 정치 지형을 좁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헌재가 비례성 심사를 했다고 하는데 비례성 심사는 위반과는 별개의 얘기로 정당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 또는 위반됐을 때 그런 행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반된다고 무조건 해산이 아니고 비례성 심사를 통해 위협의 정도를 꼼꼼히 따져봤어야 했는데 이번 결정은 법리적으로 치밀하지 못하고 느슨하게 판단해 헌재의 위상을 떨어뜨린 세련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른 헌법학자도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할 얘기가 없다"며 "헌재가 정치적 사안에 헌법의 권위를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반면 통진당의 그간 행적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흔드는 것으로서 해산은 당연한 것이고 헌재의 이날 판결은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학자들도 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는 "헌재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고 법적 증거에 의한 법적 판단"이라며 "더욱이 통진당이 위헌적인 활동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용·기각 의견을 낸 양쪽 모두 의견차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용 의견을 낸 다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는 통진당 당원이나 간부들의 행동이 개별적인 것이 아닌 정당자체의 성격이 반영된 종합적 결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도 "주체사상을 가진 인물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고 독자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한 통진당 해산이 기각됐다면 이념대립이 격화되고 안보 불안이 가속화 되는 등 헌법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었다"는 견해를 보였다.

특히 이날 헌재는 통진당 해산과 함께 의원직 박탈도 결정했는데 현행법상 의원직 박탈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없다. 실제 김정원 헌재 선임부장연구관도 선고 직후 일문일답에서 "(의원직 박탈과 관련)법률적 근거는 없다. 앞으로 학계에서도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학계에서 벌써부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성우 교수는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정당이 해산되면 의원직도 상실된다고 보는 게 헌법학회 내에서도 통설적 견해였다"며 "과거 독일에서도 정당해산 결정을 내리며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지만 의원직을 상실케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전례를 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1952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제국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리며 의원들의 의원직도 박탈했다.

장영수 교수도 "정당 해산 제도의 목적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정당 활동을 중단 내지는 금지시키려는 것인데 정당의 중심 활동을 하는 의원들의 의원직을 유지하게 하는 건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구 의원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는데 국회의원을 애초에 뽑을 때 민주주의에 반하는 활동을 하라고 뽑은 게 아니기 때문에 그에 반할 때는 박탈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법을 만들 때 국민정서에 반하면 그걸 무효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교수들은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국회가 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헌재가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월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학자는 "독일의 전례를 따랐다고 하는데 독일과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제명에 대한 시스템이 달라서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며 "그런 가능성이 있는데 헌재과 불필요하게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도 "헌법재판소의 월권"이라며 "헌법학자들의 학설 수준이 아닌 판결로 결정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헌법·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직을 헌재가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도 국가기관인데 국회의원이라는 국가기관을 또 다른 국가기관이 없애버린 것으로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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