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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부상, 루블 폭락 러시아 '싹쓸이' 쇼핑…루이비통 '반값'

(상하이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4-12-19 17:23 송고 | 2014-12-20 13:50 최종수정
러시아의 한 은행 ATM기계에서 한 남자가 루블화를 인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한 은행 ATM기계에서 한 남자가 루블화를 인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중국과 접경하고 있는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주도인 블라고베셴스크에선 최근 쇼핑한 상품들을 잔뜩 짊어지고 귀가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러시아의 중국인 직장인들과 유학생들이 루블화 폭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상품들에 대한 싹쓸이 쇼핑에 나선 것이다. 아직 루블화로 표시된 상품들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중국인 모우지아니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18일 애플의 아이폰, 핸드백, 분유 등을 잔뜩 사들고 귀가했다.   

그는 일명 '다이고우'(代購)라고 알려진 명품 구매대행업자다. 상품들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본국에 있는 매장들에 높은 이익을 남기고 파는 일종의 중개상이다. 

러시아에서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짬을 내 다이고우로 활동 중인 모우지아니는 "지난 몇 주 동안 메신저인 웨이보와 위챗을 통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이 크게 늘어 일일이 답을 해줄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모우지아니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스마트폰, 신발, 핸드백, 손목시계 등이다.

쇼핑객들은 모우지아니가 물건을 중국으로 향하는 배에 실은 것을 확인하면 대게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인 '타오바오닷컴'에 개설한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로 대금을 지불한다.

모우지아니에 따르면 17일 하루 그의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은 약 3000명으로, 이는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업체들은 물가 폭등을 피해 떠나거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약삭빠른 쇼핑객들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상품들을 확득할 수 있다.

한 다이고우에 따르면 17일 환율 기준으로 러시아에서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백을 살 경우 중국에서 사는 것보다 약 절반 정도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  

중국인 쇼핑객들에게 이들 다이고우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중국인 쇼핑객들은 외국에서 자신을 대신해 럭셔리 상품들을 구매해줄 사람들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국에서 높은 수입관세가 붙은 상품들을 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버에서 '러시아에 거주하는 다이고우'를 찾는 포스트들이 폭주했다. 전엔 매월 200~300건이었던 포스트들이 약 1만건에 육박한 것이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중국에서 양배추를 살 가격이면 러시아에서 럭셔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자고 일어나면 '큰돈' 생겨

다이고우를 찾는 중국인 쇼핑객들의 수는 지난 16일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가 11% 하락한 직후부터 급증했다. 루블화의 가치 폭락은 올 들어 약 45%에 달한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위치한 고급 백화점인 굼(GUM)백화점 주변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천케이(24)는 러시아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해서 중국에 팔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매장들이 직불카드에 돈을 넣어주면 그 돈으로 여기서 물건들을 산다"며 "구매 상품들은 주로 의류나 핸드백 등이며 유명 브랜드를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소비자들은 가격에 빠르게 반응하는 대신 그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소위 '짝퉁'과 물가 변동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학생인 류키코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주로 물건을 구매해왔기 때문에 모조품을 구매할 위험성이 우려된다"면서도 "그래도 중국보다 가격이 싸다면 구입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류키코 같은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빠르게 반응한다.

애플은 이번 주 러시아에서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환차손이 급증한 탓이다. 

차이나 마켓 리서치 그룹의 벤 카벤더 상하이 지점장은 "기업들이 루블화 하락에 속수무책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과는 달리 중국인 다이고우들은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판모(某) 다이고우는 자신이 며칠 전부터 손목시계나 보석류를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큰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는 말이 뜬구름잡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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