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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1385원' 휘발유 단통법 적용한다면?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12-19 20:21 송고 | 2014-12-21 10:43 최종수정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상평주유소가 휘발유를 리터당 1385원에 판매하고 있다.(상평주유소 제공) © News1 2014.12.18/뉴스1 © News1


휘발유값이 1300원대까지 내려왔다. 충북 음성의 상평주유소가 최근 리터당 1385원에 휘발유를 팔겠다고 고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만이다. 상평주유소는 재고를 털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기름을 판다고 했다. 재고를 처분하고 난 뒤엔 다시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물론 그 사이에 국제유가가 더 내려가면 추가하락도 가능할테지만. 
일부 주유소에선 여전히 2200원대 휘발유를 팔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모 주유소는 여전히 리터당 2298원에 휘발유를 판다. 장사가 안돼 예전에 비싸게 사놓은 휘발유값을 내릴 수 없다. 인근의 셀프주유소는 1600원대에 휘발유를 팔아서 더 장사가 안된다. 그래도 간혹 차를 몰고 들어오는 고객도 있다.

묘하게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휘발유 대신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선 이같은 일이 있었다. 일부 스마트폰 판매업소는 온라인에서 일시적으로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공해 손님들을 끌었다. 공짜폰이 나오고 파격할인만 노리는 얌체족도 생겼다. 여전히 일부는 오프라인에서 제값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면서 '호갱'으로 전략했다. 

단통법은 '이런 호갱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마케팅비 우려가 있었지만 대의명분은 '호갱방지'였고 형평성 추구였다. 단통법 시행 결과 모두가 비싼 값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는 전국민 호갱 시대가 열렸다.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아꼈다. 

주유소 시장에 가격차가 커지는 모습을 보며 불현듯 '주유소 시장에 단통법을 도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200원에 휘발유를 넣는 사람 입장에선 충북 음성 주민이 1300원에 휘발유를 넣는 것을 보면 억울해 하지 않을까. 같은 휘발유를 넣는데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격 차별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서울 구로구 운전자를 호갱으로 모는 일이다. 
더욱이 최근 주유소 시장은 과도한 경쟁으로 문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문닫는 주유소의 사업자들을 생각해보면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면 이익을 보전받을 수 있다. '휘발유유통구조개선법'을 만들어 전국의 모든 주유소에서 똑같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팔면 모두가 만족하지 않을까. 

주유소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면 주유소 업주들은 앉아서 돈을 벌고, 운전자들은 비싼 값에 휘발유를 넣을 수밖에 없다. 전국민은 휘발유 호갱이 될 게 뻔하다. 

최근 정부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시도를 자주 한다. 스마트폰 가격을 규제한 단통법이 대표적인 예이고, 도서정가제를 도입해 책 할인율을 일정수준으로 묶는 규제도 있었다. 할인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나 노동규제도 넓게 보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규제다. 임금은 결국 회사와 근로자가 정하는 몸값이고 할인마트 영업 규제도 비슷하다. 

정부가 시장을 바꾸고 가격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항상 부작용을 낳았다. 단통법은 스마트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도서정가제는 온라인 인터넷 서점의 고사로 이어지고 있다. 할인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소비위축을 야기했다. 물론 독점이나 불공정 행위 등 시장이 잘못 작동할 경우 정부가 나서서 개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넘어서 시장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더 큰 부작용을 낳았다.

소비자들은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만큼 멍청하지 않다. 한두번 호갱이 될진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정보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시간과 정보가 없다면 비싼 값에 물건을 사겠지만 이 역시 불가피한 일이다.

시장을 믿어보고 소비자들을 믿어보자. 정부는 굳이 다 개입할 필요없다. 길로틴 운운할 게 아니다. 공무원들이 시장규제하겠다고 나설 시간에 어떻게 유류세를 줄일지 연구하는게 낫다. 유류세가 줄어든 만큼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 될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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