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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톡톡] 조현아 사건으로 시작된 자성 움직임…당신은 甲질 한적 없나요

(서울=뉴스1) 김희은 인턴기자 | 2014-12-19 14:18 송고 | 2014-12-19 14:19 최종수정
KBS 뉴스 화면 캡처.
KBS 뉴스 화면 캡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명령 때문에 항공기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박창진 사무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 겪어 보지 않은 분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견과류 봉지 하나 때문에 조현아 전 부사장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사과해야 했던 박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감정 노동’을 매일 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직종들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감정 노동이란, 실제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숨기고 직무를 행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상대(주로 고객)가 어떤 행동, 언행을 보이는지와 관련 없이 항상 미소를 지은 채 친절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 늘 웃으면서 고객을 대하는 직업들

최근 금융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 노동자 가운데 절반은 우울증이 의심되고, 20% 이상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매일 고객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 노동에 따른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관의 매표 담당 직원, 카페 아르바이트생 등도 감정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한 누리꾼은 “한 고객이 팝콘과 콜라를 사 갔는데, 콜라 맛이 밍밍하다면서 내가 보는 앞에서 콜라를 바닥에 부어 버리더라.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드리고 직접 바닥을 닦는데 마음이 정말 착잡했다”고 밝혔다.

▲ 5분 안에 수많은 고객을 대하는 콜센터 상담원

콜센터 상담원들의 감정 노동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들은 5분 동안에도 많게는 10명 이상의 고객을 대해야 한다. 고객을 직접 얼굴로 대하지 않고 수화기를 통해서 응대하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 노동은 더 심각하다.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수화기 뒤에 숨어 과도한 폭언을 일삼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콜센터 상담원들은 해당 회사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는 일이 많기에 고객들의 폭언의 빈도는 더 잦아지게 된다. 지난 10월에는 한 통신회사의 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하던 이모씨가 ‘노동청, 미래부, 방통위에 꼭 접수 부탁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콜센터 상담원, 직접 얼굴을 보지는 않더라도 전화 끊을 때 ‘감사합니다’ 한마디 꼭 합시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 우리가 사는 곳을 지켜주는 경비원들

서울 압구정동 모 아파트의 경비원이 주민의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많은 누리꾼들은 경비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아버지가 은퇴 후 집에서 쉬기 심심하다며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중인데, 주민들이 줬다며 각종 음료와 빵 등을 집으로 가져왔길래 봤더니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더라. 고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미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 사는 곳을 지켜주시는 고마운 분들인데, 우리는 마치 우리가 경비원분들 앞에 ‘갑’이라는 착각을 하는 듯하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누리꾼들은 본격적으로 자성의 태도를 보였고, 우리 주변의 경비원들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하자는 움직임이 생기기도 했다.

▲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간호사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밤낮 없이 일하면서 아픈 사람들을 돌봐 주는 직업이지만,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들은 간호사를 자신의 수발드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간호사들은 항상 아픈 사람들을 대하는데, 아픈 사람들이나 그의 가족들은 신경이 예민한 상태이기에 간호사들에게 더욱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 누리꾼은 “나의 누나가 간호사인데,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의 무례한 태도에 못 견뎌 결국 그만두고 다른 시험을 준비 중이다. 누나를 곁에서 보는 내가 정말 안타깝더라”고 고백했다.

▲ 대한민국 모든 감정 노동자들을 응원합니다

위에 언급된 경우 외에도 마음속 상처를 억지로 억눌러 가면서 애써 미소 지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땅콩 리턴’ 사건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도 일상 속에서 조현아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누리꾼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감정노동 종사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khe4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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