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美 제재 50년의 명암…쿠바 최고 부자는 웨이터·예술가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12-18 17:39 송고
한 쿠바 음식점 점원이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AFP=뉴스1
한 쿠바 음식점 점원이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AFP=뉴스1

웨이터와 예술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별로 닮은 면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직업은 쿠바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53년간 지속된 미국과 쿠바의 국교 단절을 "수십 년 간 미국의 이해 증진을 실패하도록 만든 오래된 접근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금수조치로 피해를 입은 것은 미국 뿐 아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쿠바 사회는 이 기간 동안 완전히 거꾸로 뒤집혔다.

쿠바의 명성있는 사진작가인 토니 멘도사는 "웨이터와 예술가들은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며 "쿠바는 이런 직종 종사자가 가장 부유한 개인으로 분류되는 아주 우스운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노동자의 신분을 상승시키고자 했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노력 때문에 만들어졌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주도한 지난 1959년 혁명 이후 시행된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쿠바 전반에 많은 정치적·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인센티브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멘도사에 의하면 웨이터들이 높은 수입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를 거치지 않고 손님으로부터 직접 팁을 받기 때문이다.

쿠바 전체 산업체의 80% 가량이 국유화됐지만 주요 수익원인 관광산업은 민간부문에 속한다.

쿠바는 지난 2012년 28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국교정상화를 통해 미국인 관광객마저 쿠바로 몰리게 된다면 웨이터들의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예술가들의 경우에는 쿠바를 벋어나 외국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기 때문에 고수익이 가능하다.

멘도사는 "예술가들은 쿠바의 문화 대변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해외 수익은 정부의 완전한 통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전시회 수익의 50% 가량을 본인이 챙긴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리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월급은 20달러에 불과하다. 적은 수입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탓에 불법 경제행위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

멘도사는 "미국의 금수조치는 그간 정부 기관에서 승승장구하던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된 반면 별도의 수입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유층이 되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며 "20달러를 받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법을 어겼다. 사실 모두가 그렇다"고 쿠바의 상황을 설명했다.

주유소 종업원이 판매용 휘발유를 빼돌린 후 밀매를 하거나 건설업자들이 콘크리트 벽돌을 훔치는 일 등은 다반사이다.

멘도사는 1960년에 쿠바를 떠난 후 36년 만인 1996년에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산티아고에서 아바나로 여행을 가기 위해 운전기사 한 명을 고용했는데 그는 특이하게 먼거리를 이동하면서도 단 한 번도 주유소에 들르지 않았다.

대신 가끔씩 주택가에 차를 세우더니 잠시 주민들과 대화를 한 후 작은 휘발유 통을 들고와서 차에 넣었다.

줄리아 쿡은 지난해 출간된 '천국의 이면 : 새로운 쿠바에서의 삶'을 통해 특이하게 변하고 있는 쿠바의 모습을 그렸다.

쿡은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을 통해 "단순한 생필품 하나를 얻으려 해도 누가 그것을 팔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한다"며 "블루 치즈, 파르메산 치즈, 세라노 햄, 훈제 연어 등을 구매하려면 친구가 알려준 암시장 식료품상에게 전화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BI는 나라 경제 전체가 붕괴 직전에 있는 쿠바로서는 미국과 화해하고 포옹하는 방법 말고는 선택권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멘도사는 "다시 쿠바에 돌아온 후 깨달은 것이라고는 미국의 금수조치가 재앙이었다는 점"이라며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findlov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