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단독] 부실기업에 6차산업화펀드 지원 '논란'

농림축산식품부, 검증·관리시스템 실종…투자받은 기업 단 한차례도 실태조사 안해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4-12-18 15:29 송고 | 2014-12-19 11:31 최종수정

우리자연홀딩스 전하술 대표가 지난 2월 열린 민생 실물경제분야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에 서있다. (우리자연홀딩스 홈페이지) © News1
우리자연홀딩스 전하술 대표가 지난 2월 열린 민생 실물경제분야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에 서있다. (우리자연홀딩스 홈페이지) © News1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인 '농업·농촌의 6차산업' 육성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롭게 조성한 '6차산업화 펀드'가 부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고 대출금 50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한 부실기업에 펀드가 투자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6차산업은 농축수산물 생산단계인 1차산업에 제조, 가공, 유통·판매, 관광, 외식산업 등 2, 3차 산업을 융합한 산업을 말한다. 농식품부는 6차산업 경영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존 농식품모태펀드에 2013년 6차산업화 펀드를 추가 도입했다. 2013년 100억원, 2014년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을 조성했다. 조성액의 70%는 정부, 20% 지자체, 10%는 펀드운용사가 조달하는 방식이다.

    

◇ 부당이익 1억원 편취 혐의 '우리자연홀딩스' 6차산업화 펀드 투자받아

뉴스1이 입수한 '농식품투자조합 투자실적'. © News1
뉴스1이 입수한 '농식품투자조합 투자실적'. © News1

18일 뉴스1이 입수한 '농식품투자조합 6차산업화 펀드 투자실적'을 보면 2013년 조성된 펀드 100억원의 운용사 'L&S벤처캐피탈'은 지난 9월23일 친환경농산물 가공품 유통업체인 '우리자연홀딩스'를 투자기업으로 선정하고 10억원을 투자했다. 이 외 A, B 업체가 각각 19억원, 9억원을 투자받은 상태다.

    

우리자연홀딩스는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모델로 평가하며 정부부처 업무보고에 배석시켜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5월 감사원 감사에서 거래조작으로 1억원이 넘는 부당수익을 거둔 혐의가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학교급식 공급실태를 조사하다 경기도 보조금을 받는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과 우리자연홀딩스의 부당거래 혐의를 밝혀냈다.

    

감사원 감사자료에 따르면 우리자연홀딩스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3179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또 2012년 9월부터 총 15회에 걸쳐 허위로 매입·매출전표를 작성해 친환경농산물 가공품을 납품하는 것처럼 꾸며 7656만원의 부당이익을 얻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1억원의 부당이익 환수 조치를 경기도에 통보하고 지난 9월 우리자연홀딩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전하술 우리자연홀딩스 대표와 경기친환경조합 전 대표인 정모 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내년 1월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우리자연홀딩스는 SK증권으로부터 5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지급보증을 한 경기친환경조합에 가압류가 이뤄졌다. 경기친환경조합은 지난 9월 법원에 해방공탁금 75억원을 내고 가압류를 해지한 뒤 대출금 상환을 위해 우리자연홀딩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친환경조합 관계자는 "전하술 우리자연홀딩스 대표가 회사실적을 부풀려 대출을 받았다"며 "우리자연홀딩스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파산할 경우 전 대표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하겠지만 50억원을 다 돌려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SK증권을 통해 금전채권 신탁계약으로 50억원을 대출해 준 메리츠증권 역시 우리자연홀딩스로부터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급보증을 해준 경기친환경조합에게서 대출금을 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안소송은 내년 1월15일로 예정돼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의사를 전해왔다"며 "투자자금 회수 보완조치로 지급보증인을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자연홀딩스는 지난 5월 감사원 감사 발표 이후 투자금이 원활히 들어오지 않아 자금난을 겪게 됐다고 설명한다. 전하술 대표는 "감사원 감사 이후 투자금이 막히고 공장설립에 돈이 계속 들어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며 "내년 3월까지 대출금은 상환하기로 계획서를 제출했고 내년 초 친환경가공복합단지가 본격 가동되고 나면 회사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불공정 부실심사 의혹…6차산업화 펀드 투자효과 사라질까 '우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왼쪽)이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열리는 '농식품 6차 산업화 우수제품 기획 판매전'을 방문해 쑥떡을 들고 있다. © News1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왼쪽)이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열리는 '농식품 6차 산업화 우수제품 기획 판매전'을 방문해 쑥떡을 들고 있다. © News1

6차산업화 펀드 운용사인 L&S벤처캐피탈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우리자연홀딩스를 지난 9월 투자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철우 L&S벤처캐피탈 상무는 "감사원 감사를 받은 사실은 알았지만 검찰 고발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과 대출 문제로 소송이 진행된다는 사실은 모른 채 투자기업으로 선정했다"며 "우리자연홀딩스가 260억원을 들여 무리하게 친환경가공복합단지를 건설한 탓에 대출금을 갚지 못했는데 사후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자금의 70%를 지원하는 농식품부는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투자기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 역시 우리자연홀딩스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대출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해당 사실을 알았다면 재심의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자연홀딩스는 농식품부가 올해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선정한 '6차산업 예비인증사업자'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다. 예비인증사업자로 지정된 6차산업경영체 이모 대표는 "6차산업화 펀드를 투자받기 위해 운용사를 수차례 찾아갔지만 문턱이 높았다"며 "우리자연홀딩스 같은 기업이 투자받는 바람에 경쟁력 있는 경영체가 투자받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6차산업화 펀드 투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6차산업화 펀드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식품부가 6차산업화 펀드를 포함해 23개, 3730억원의 농식품모태펀드를 2011년부터 운용해오고 있다. 연간 6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책정되는데 2015년에는 500억원으로 예산이 삭감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6차산업화 펀드를 만들었지만 투자받는 경영체를 보면 기존에 있는 농식품모태펀드와 차별성이 거의 없다"며 "농식품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돼 23개 펀드 중에 자금지원이 줄어드는 펀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2011년부터 농식품투자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단 한차례의 실태조사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펀드를 투자받은 기업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투자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떤 보완대책이 필요한 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기관으로 모태펀드를 관리감독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구 농업정책자금관리단) 관계자는 "최근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실태조사를 지시해 놓은 상태"라며 "투자받은 기업들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투자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le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