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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끝나면 차두리의 '새내기 과외'가 시작된다

(서귀포=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12-17 17:13 송고 | 2014-12-17 17:15 최종수정

지난 15일부터 제주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축구대표팀의 전지훈련 멤버 중 최연장자는 차두리다. 1992년생인 윤일록이나 이재성과는 띠동갑 형님이다. 지난 2002월드컵에서 머리에 태극기를 두른 채 해맑게 웃던 차두리가 어느새 맏형이 됐다.

12년 전,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던 차두리의 2014년 역할은 달라졌다. 큰 형님으로서 후배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코칭스태프의 별도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발적 행동이다. 훈련이 다 끝나면 차두리의 특별 과외 시간이 펼쳐진다.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기 위한 차두리의 노력에 후배들은 감격스러운 괴로움을 당해야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서귀포 시민축구장에서 소집 사흘째 훈련을 진행했다. 여전히 날씨는 좋지 않았다. 제주도민들도 놀라는 악천후는 또 다시 대표팀을 괴롭혔다. 하지만 눈보라도 선수들의 간절함을 막지는 못했다. 잡음이 끼어들 틈 없이 훈련은 진지했다.

코칭스태프가 이끄는 전체 훈련이 끝나면 차두리의 '특별 과외'가 시작된다. 새내기에게 집중되는 귀중한 수업이다. 팀에 이런 리더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 News1 DB
코칭스태프가 이끄는 전체 훈련이 끝나면 차두리의 '특별 과외'가 시작된다. 새내기에게 집중되는 귀중한 수업이다. 팀에 이런 리더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 News1 DB

훈련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대표팀 신태용 코치는 “아무래도 날씨가 많이 춥기 때문에 무리한 훈련을 진행할 수는 없다. 지금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부상”이라며 과한 훈련을 지양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1시간 남짓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땀이 식기 전에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두 명만은 더디게 걸었다. 한 명은 차두리였고, 다른 한 명은 김성준이었다. 김성준은 차두리에게 붙잡혀 개인교습을 받았다.

멀리서 빠져나가는 통에 대화 내용까지 들을 수는 없었으나 차두리의 열정은 다양한 손동작과 발동작에서 충분히 느껴졌다. 운동장을 수시로 가리키고 몸동작까지 섞어가면서 후배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김성준은 큰 형님의 과외를 진지하게 들었다. 김성준은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새내기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교육을 받은 셈이다.

차두리의 ‘새내기 괴롭히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태극마크가 낯설 까마득한 후배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또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가르쳐주고 싶은 차두리의 노력은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요르단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골을 넣었던 한교원은 “두리 형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특히 경기를 앞두고는 큰 칭찬을 주신다. K리그에서 네가 하는 그대로, 자신감 가지고 마음껏 뛰어 놀라는 말에 긴장을 풀었던 기억이다”라는 설명을 전했다. 그 덕분일까. 요르단전에서 한교원은 차두리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1-0 승리를 이끌었다.

팀에 왜 베테랑이 있어야하는지, 경험 풍부한 리더의 몫이 왜 중요하지 차두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차두리는 누누이 “이번 아시안컵이 자신의 마지막 무대”라는 뜻을 전했다. 훈련이 끝나면 시작되는 차두리의 ‘새내기 과외’가 진행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선수들이 줄을 서서라도 꼭 들어야할 소중한 보충 수업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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