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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마다 들어가 어린학생 향해 무차별 총질"…악마를 보았다

현재 학생 132명 포함 145명 사망 확인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12-17 10:41 송고
파키스탄 탈레반(TTP)가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군 부설학교를 공격했다. 한 남성이 총상을 입은 소녀를 옮기고 있다.© AFP=뉴스1
파키스탄 탈레반(TTP)가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군 부설학교를 공격했다. 한 남성이 총상을 입은 소녀를 옮기고 있다.© AFP=뉴스1
 
파키스탄 북서부 키베르파크툰크와주(州) 페샤와르 와르삭가(街)에 위치한 군 부설학교 테러 사망자 수가 145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CNN에 따르면 아심 바즈와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현재까지 학생 132명과 교직원 10명, 정부군 3명 등 총 14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테러를 자행한 파키스탄탈레반(TTP) 대원 9명도 모두 사살되거나 자폭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카라치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겨냥한 테러로 인해 139명이 사망한 것을 넘어서는 것으로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 역사상 최다 사망자를 발생시킨 테러로 기록되게 됐다.

부상자 120여명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파키스탄 군복을 입고 정부군으로 위장한 TTP 조직원 9명이 16일 오전 10시께 학교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8시간가량 학교에 머물면서 학생과 교사 등을 상대로 폭발물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후 진압에 나선 정부군에게 사살되거나 자폭해 전원 소탕됐다.

당시 학교에는 10~18세 학생 1100명 이상이 등교한 상태였으며 이 중 500여명이 수업 중이었다.

이들은 교실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총격을 가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생존자인 샤루크 칸(16)은 "무장 괴한들이 들이닥치더니 '신은 위대하다(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여 선생님이 손에 총상을 입은 채 고통으로 신음하자 한 괴한이 다가가 울음소리가 그칠 때까지 총격을 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레이디리딩 병원에 입원 중인 칸은 "'의자 밑에 아이들이 있다. 가서 죽여라'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검은색 신발이 내게 가까워지는 것을 봤는데 마치 죽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며 "양 다리에 총상을 입어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죽은 척을 하기 위해서 넥타이를 입에 구겨넣어 소리 내는 것을 참았다"고 회상했다.

다른 입원 학생인인 하마드 아흐메드는 "총성이 울리자 반 아이들 모두가 교실로 뛰어 들어왔고 담임선생님은 급히 문을 잠궜다"며 "그러나 괴한들이 발로 문을 부순 후 우리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나를 제외한 급우 10명과 선생님 모두가 숨졌다"며 "발에 총상을 입고 쓰려져 있는데 괴한들이 내가 죽었다고 착각한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덧붙였다.

12세 아들을 잃은 이르샤다 비비(40)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오 신이여, 왜 아들을 데려가셨나요. 제 아이와 이 아이들의 죄가 무엇입니까"라고 흐느꼈다.

바즈와 대변인은 "테러범들은 수일 동안 버틸 수 있는 탄약과 음식을 소지한 채 공격을 시작했다"며 "이들은 애시 당초 인질을 잡을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학교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총기를 난사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보안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아랍어를 구사했다며 현재 국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호라사니 TTP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학교로 진입한 우리 자살폭탄 대원들이 일으킨 일"이라며 "지난해 북와지리스탄에서 일어난 정부군의 TTP 대원과 가족 학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호라사니 대변인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우리의 슬픔을 똑같이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이번 일을 저질렀다"며 "다음에는 아이들이 아닌 군사 인력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지난해 6월부터 탈레반 소탕작전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1100여명의 TTP 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키스탄은 군 자녀의 교육을 위해 전국적으로 군 부대 인근에 부설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TTP는 정부군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 부설학교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수습을 위해 직접 페샤와르를 찾은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이번 테러를 "야만인들이 일으킨 국가적인 비극"이라며 3일 간의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들은 내 아이들이다. 이들을 잃은 것은 내 손실이자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야당 테리크-에-인사프(PTI)의 지도자 임란 칸은 희생자 애도를 위해 오는 18일로 예정된 시위를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비난하는 한편 미국은 파키스탄과 함께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에 함께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과 불편한 관계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샤리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며 "인도는 파키스탄과 함께 테러와 맞서 싸울 준비가 됐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의 총격에 목숨을 잃을 뻔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는 아이들을 겨냥한 무자비하고 냉혹한 행위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번 일을 규탄하며 파키스탄 정부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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