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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 어느 대한항공 직원의 하소연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12-15 20:09 송고 | 2014-12-16 09:43 최종수정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40)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한 승무원이 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4.12.11/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이젠 정상근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1만9000명 임직원들은 무슨 잘못을 했나요. 불매운동까지 벌어진다는데 승무원들이 무슨 죄인가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이 온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조 부사장의 사과와 사퇴에도 불구하고 거짓 해명 논란이 일며 사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조 부사장 개인에 몰리던 비난은 이제 대한항공으로 향하고 있다. 

대한항공엔 연일 비아냥대는 소리가 쏟아진다. 대한항공은 한때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던 곳이다. 세련된 광고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 활동도 많았다. 재미있는 여행사진 각종 이벤트 등으로 네티즌들이 들락거리며 호평하던 곳이다. 

이제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엔 온통 비아냥 거리는 댓글만 달린다. 이벤트 안내를 올린 글 밑에 '땅콩 좋아한다. 땅콩을 줘라'는 메시지가 달린다. 봉사활동을 함께 할 단체를 찾는다는 안내문구엔 '후진이 그렇게 쉬운줄 알았으면 카메라 가지러 집에 들렀다 왔어야 했다'고 댓글이 붙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수준이다. 

좋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사진 뒤엔 욕설이 붙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진을 우악스럽게 편집한 사진을 붙이고 대한항공에 욕설을 해댄다. 다시는 대한항공을 타지 않겠다는 글도 여럿 올라온다. 
뉴욕 한인단체는 아예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나섰다. 보이콧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까지 벌였다. 다른 항공기와 비교해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을 탔는데 이제는 더이상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벌써 며칠째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으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처음엔 조 부사장의 전횡에 대한 반감으로 속시원하다는 마음이 컸다. 오너 일가와 함께 비행을 했다가 겪은 무용담을 서로 나누며 통쾌해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도 풀고 같이 욕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의 기업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대한항공 직원들의 바람과는 달리 비난의 방향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해당 비행기를 몰았던 기장은 휴대폰을 압수 당하고 출국도 금지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기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마치 피의자에 대한 조사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항공'을 '땅콩항공'으로 바꾸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쭐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이 이제는 갑갑하게 느껴진다고 직원들은 하소연한다. 어떤 직원들은 대한항공에 다닌다는 사실이 창피할 지경이라고도 한다. 한 직원은 "잘못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했는데 왜 대한항공 직원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라며 답답해 했다.

이번 사건의 첫번째 피해자는 승무원과 사무장이다. 그러나 피해자인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 뒤 종적을 감췄다.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려진 당사자다보니 언론의 관심은 사무장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다. 또 국토교통부 조사뿐 아니라 검찰수사까지 줄줄이 이어질 것이 뻔해서 당사자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다.

대한항공의 다른 승무원들도 피해를 받고 있다. 하루 10시간이 넘게 비행하는 동안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매번 무릎을 꿇으며 고객서비스를 해야 하는 승무원들의 무릎은 성할 날이 없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후 승객들이 무심코 던지는 농담조의 한두마디가 그들에겐 비수로 꽂힌다. 그래도 웃어야 하는 그들은 육체노동자인 동시에 '감성노동자들'이다.

지금, 우리가 누구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생각해볼 일이다. 아울러 대한항공 조종사나 승무원들의 바람처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너일가 눈치보기'에 급급한 대한항공의 기업문화도 뿌리뽑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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