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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대의 정가산책]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은...

(서울=뉴스1) 서봉대 기자 | 2014-12-11 11:23 송고 | 2014-12-11 13:25 최종수정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문건 속 당사자이자 '국정 개입' 논란의 핵심 인물인 정윤회 씨가 1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4.12.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윤회(전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씨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 2부속비서관)' 국정개입 의혹의 진위여부는 어느 쪽으로 가닥잡힐까?
이들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깊이 신뢰했던 참모들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참모로서의 활동은 박 대통령이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 초선 의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였다.

정윤회씨의 경우 박 대통령의 달성 보선때 지원에 나섰고 보좌진도 꾸렸으며, 이후 보좌진 중 단 한명도 교체되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의원실에서 공식적인 보좌진으로 활동하진 않았으나 입법보조원 신분으로 국회를 출입했다.
하지만 그의 명함엔 '입법보조원'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으로 적혀있었으며 박 의원도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박 대통령이 의원 사무실로 들어오면 다른 보좌진은 깎듯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었으나 정씨는 목례하는 정도였다. 

정씨와 박 대통령 간의 관계는 통상적인 의원-보좌진 경우와는 달랐던 것같았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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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선 다른 보좌진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정국 현안과 관련, 정씨와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는데 '박근혜 코드'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이기도 했던 그와 박 대통령의 인연은 달성 보선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하나, 이보다 앞서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 함께 일했던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최 목사는 박정희 정권 말기 퍼스트레이디였던 박 대통령과 함께 새마음봉사단 활동을 했다. 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그는 당시 각종 비리의혹에 휩싸여 내사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달성 선거를 정계 입문(한나라당 입당) 한달밖에 안된 초짜로, 그것도 지역연고조차 없는 상황에서 치러야 했던 만큼 자신을 돕겠다고 나섰던 정씨에게 신세를 졌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쟁 후보는 이곳 출신인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연합후보로 출마, 두터운 지지기반을 갖고 있었다. 

당시 서울 강남에 살았던 정씨는 사업가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었다. 사냥을 즐겼는데 지인들과 어울려 강원도 등지로 사냥을 가곤했으며 친했던 몇몇 기자들에게 함께 가자고 권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씨는 보좌진으로서의 국회생활에 얽매이는 게 내키지 않았을 수 있다. 

사실 보좌진으로 국회활동을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축에 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46세로 첫 당선됐을 때 그는 44세였다.

때문인듯 국회 안에서의 활동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언론과의 접촉도 다른 의원실에 비해 적었던 편이다. 공식 보좌진에 속했던 게 아니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의원실 보좌진을 세팅했던 만큼 보좌진 3명과는 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국회로 들어올 때 보좌진의 나이도 32살(이·안 비서관), 29살(정 비서관)밖에 안돼 조카뻘이었다.

이들 3명도 정씨처럼 언론과의 접촉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들중 대구·경북의원 보좌진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을 정도로 지역 의원실과의 관계도 소원한 편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후보군에 대한 막바지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 행정실에 배속된 박근혜 당선인의 최측근 안봉근 비서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3.1.3/뉴스1 © News1

사석에서 만나더라도 정치 얘기는 그다지 하지 않았다. 언급했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기조를 되풀이했을 뿐 더 이상 나가지를 않았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의 충실한 비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이들로부터 들었던 말중 요즘 상황과 맞물려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박 대통령은) 실수에 대해선 용서해도 청탁이나 이권에 개입했을 땐 가차없이 내친다'는 점을 수차례나 강조했었다. 이권 등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스스로에 대한 다짐같기도 했다.

이 비서관의 경우 정씨처럼 육영재단 출신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씨가 지난 3월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자신이 미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화통화했던 사람도 이 비서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원사무실에서 조용히 맡은 일만 처리했을 정도로 언론과의 접촉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선캠프때처럼 정책 등을 맡은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공부 모임' 등 외부 조직을 만드는 일에 관여했다고 한다. 이때문에도 언론과의 접촉은 더욱 소극적이었을 수 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4.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안 비서관의 경우 박 대통령에 앞서 달성지역 국회의원이었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를 하다가 합류한 뒤 수행과 일정을, 대학원 교수의 추천으로 왔다던 정 비서관은 연설문·메시지 등을 맡았다.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사람이 이명박 정부때 측근 실세로 꼽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다.

박 전 차관도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14대 국회말부터 11년간이나 했다. 그것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곁을 줄곧 지켰다.

그러다가 이 전 의원의 추천으로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특보로 자리를 옮기게 됨으로써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됐다.

박 전 차관이 서울시로 옮기기 이전 사석에서 했던 얘기로 기억된다.

그는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하면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DJ(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때 같은 권력형 비리는 없을 것"이라며 "(집권) 5년은 짧은 기간이다. 내가 국정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성공한 정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YD· DJ 정부의 측근 비리를 거듭 거론하면서 혹평했다.

이보다 몇년 전 한나라당 행사 취재차 그와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던 때에는 대뜸 책 한 권을 추천하며 읽어볼 것을 권했다.

'너무나 인간적인(ALL TOO HUMAN)'이란 제목의 번역서인데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대선캠프와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핵심 참모 조지 스테파노풀러스의 기록물이다.

그는 이 책을 몇번이나 읽어봤다며 "그런 일을 해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몇년후 꿈은 현실이 됐고 청와대 참모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 역시 정권 실세가 되자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때 측근들처럼 국정개입 혹은 비리 의혹들에 휩쓸렸던 것이다.

결국 2년반동안 옥살이를 했고 지난 달 만기출소했지만 또 다시 해외자원 개발 비리의혹과 관련해 야당의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경우도 보좌관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과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선친이 야당 지도자로 민주화투쟁을 벌일 때 보안사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는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에 참여하는 등 정치권으로 직접 뛰어들어 DJ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후 1996년 총선때엔 전남 목포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당선,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그 이듬해, 대선을 한달 앞뒀던 때로 기억된다. 그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출입하는 몇몇 기자들과 함께 오찬을 함께 하며 DJ 지지를 호소했을 때였다.

그는 당시 "아버님은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 YS정부때처럼 측근 비리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문 후유증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없었던 그가 어눌한 어투로 호소하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DJ 집권후 김 전 의원의 호소 역시 빛 바래갔다. 자신은 물론 두 동생들까지 각종 비리에 연루되면서 '홍삼(弘三)트리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을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특별 오찬에서 김무성 대표(왼쪽)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청와대) 2014.12.7/뉴스1 © News1

정씨와 3명의 보좌진도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됨으로써 참모로서의 꿈은 이룬 셈이 됐다. 정씨 외 3명은 모두 국회보좌진에 이어 청와대 비서관으로도 발탁돼 대통령을 계속 보좌하게 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의혹에 휩쓸리고 있다. 

이들이 국정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내부문건을 통해 폭로되면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것도 정권이 출범한 지 2년도 채안된 상황으로 대통령 서슬이 시퍼럴 때다. 

물론 의혹의 진위여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권력 내부의 암투(暗鬪) 양상이 드러남으로써 정권에 적잖은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자칫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들린다.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역대정권 측근들의 비리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ji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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