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2014 한국정치] 1. 선거와 세월호 격랑 속 누가 웃고 울었나

與 김무성·김문수·원희룡·이완구·이정현-野 문재인·문희상·박원순·안희정 등 정치적 존재감 부상
與 정몽준·서청원·고승덕-野 안철수·손학규·박영선 등 정치적 부침 겪어
인물로 본 2014 한국정치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2014-12-10 10:34 송고 | 2014-12-17 08:10 최종수정
왼쪽부터 김무성, 김문수, 이완구, 이정현, 원희룡. 2014.12.10/뉴스1 2014.12.1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왼쪽부터 김무성, 김문수, 이완구, 이정현, 원희룡. 2014.12.10/뉴스1 2014.12.1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청마의 해였던 2014년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미니 총선급으로 불렸던 7·30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등 역동적인 정치 일정으로 인해 정치인들의 명암이 뚜렷한 한해였다.
여기에 국가적 참사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는 등 정치외적 돌발 변수들로 인해 정치인들의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 한해 여권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지난해 연말 철도파업 타결을 이끈 주역이라는 타이틀로 한해를 시작한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당 대표에 당선되며 단숨에 여권내 대권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치른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당직 인선과 당 혁신 작업을 이끌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혁신 드라이브로 당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특히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잠재적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인선하면서 '감동 인사'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등 정치적 보폭을 국외로 확장했다.

다만 방중 마지막 날이었던 10월16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개헌 봇물론'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가 유지됐고, 김태호 최고위원의 돌출적인 사의 표명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8년간의 경기지사 임기를 마친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눈길을 끈 한해였다.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의 경기지사 3선 출마 권유와 7월 재보선 출마 요청을 고사한 채 대구에서 '택시 탐방'을 하다 김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여의도로 발을 내딛었다.

김 전 지사는 혁신위원장 취임 이후 국회의원 세비 동결 및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체포동의안 국회 도착 후 72시간 경과시 자동 가결 등 9가지 혁신안을 1차로 내놓았다.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 개정안이 보류되긴 했지만, 대가성 출판기념회 금지와 회의 불참시 세비 미지급 등 5개 혁신안이 추인됐다. 이처럼 '김문수표 혁신'을 구체화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도백에 당선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주가가 오른 인물들이다.

남 지사는 세월호 참사 등 녹록치 않은 여건 속에서도 5선의 국회의원의 관록을 보여주며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과 연정을 시도하는 등 파격적 행보로 새누리당의 '혁신'을 이끌어왔던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남 지사는 그러나 군 생활을 하던 아들의 폭행사건과 이혼 등 예상치 못한 가정사로 인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19대 총선 불출마 이후 2년여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원 지사는 야당과의 '협치'를 추진하는 남 지사와는 결이 다른 지방 행정을 시도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원 지사는 국정감사 당시 김무성 대표가 제주도내 '차이나타운 조성'을 제안하자 "국민들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며 거절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재선 도지사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최근 경남도교육청의 무상급식 감사 거부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으로 맞서며 '무상복지'의 문제점을 전국적 이슈로 키워냈고, 지난해 진주의료원 폐업에 이어 또 한 번 중앙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경남FC' 해체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상태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주목받는 한해였다. 이 원내대표는 난제로 꼽혔던 세월호 특별법의 합의처리를 이끌어낸 데다 정기국회에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를 이뤄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래선지 정치권에선 이 원내대표의 총리설이 꾸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7·30 재보선에서 여의도 복귀에 성공한 나경원 의원과 새누리당 최초 호남 지역구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정현 최고위원도 명(明)이 깃든 한 해였다.

야권에서도 올 한해 성과를 거둔 인사들이 상당하다. 

우선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알찬 한해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맞서 여유 있는 격차로 재선 고지에 오른 뒤 여야 통틀어 대권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장기간 지켜가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 치러진 7월 재보선에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등 '박원순맨'들이 대거 도전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아쉬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들어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한 합의 실패를 이유로 당초 추진하던 인권헌장 제정을 포기한 것과 서울시향 사장의 막말 논란 등으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다.   

새정치연합내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도 올해는 18대 대선 패배의 아픔을 털어낸 한 해였다.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대여(對與)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유민아빠'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며 동조 단식에 나서 세월호특별법 정국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문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엔 당내 라이벌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내걸었던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을 철회시키는 데 앞장섰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9월 출범한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선 비대위원을 맡아 당의 전면에 포진했고,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 가능성이 유력시되며 요즘 당내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젊음과 패기를 갖춘 안 지사는 행정경험까지 겸비하면서 단순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가나 '친노의 아이돌'이라는 별칭을 넘어 '친노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6월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해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김부겸 전 의원의 몸값도 폭등했다. 김 전 의원의 '6월 바람'이 7월 '호남 바람'으로 전이되면서 이정현 최고위원의 당선에 일정부분 일조한 만큼 20대 총선에서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대를 앞두고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 '문재인 대항마'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전대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도 재평가된 한해였다. 18대 대선 패배 직후 비대위원장을 역임했던 문 위원장은 지난 9월 두 번째 비대위원장직에 올라 7월 재보선 참패 후 흐트러졌던 당의 기강을 세웠고,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을 비대위원직에 앉히면서 당의 혼란을 수습했다. 이를 동력으로 문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별다른 잡음 없이 처리했으며 이후 안정적인 당 운영을 통해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당 지지율도 20% 안팎까지 회복시켰다.
왼쪽부터 문재인, 박원순, 문희상, 안희정, 김부겸. 2014.12.10/뉴스1 2014.12.1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왼쪽부터 문재인, 박원순, 문희상, 안희정, 김부겸. 2014.12.10/뉴스1 2014.12.1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올 한해를 성공적으로 보낸 이들과 달리 정치적 암운이 드리워지거나 부침을 겪은 이들도 적지 않다.

여권에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정몽준 전 대표가 대표적인 인사다. 정 전 대표는 당내 경선을 무난히 통과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차남의 '국민 미개' 발언 파장으로 인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본선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로 인해 1988년 울산 동구에서 당선된 뒤 26년간 갖고 있던 국회의원직도 내려놓은 채 절치부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고승덕 전 의원은 올 한해가 정치적 혹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교육감 선거 중반까지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던 고 전 의원은 당선이 유력했지만, 선거 막판 자신의 딸이 올린 글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고 전 의원은 유세 과정에서 딸에 대한 미안함을 고백했지만 오히려 네티즌들의 패러디의 대상이 되면서 희화화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7선 고지에 오른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내 친박(친박근혜) 맏형으로서 7월 전당대회에 도전했지만, 김무성 대표에게 다소 큰 격차로 패배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홍문종 전 사무총장도 전대 탈락과 아프리카박물관 문제 등 각종 구설수로 곤혹스러운 한해였다. 

야권에선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주가 등락폭이 두드러졌다. 안 전 대표는 올해 초 '새정치'의 깃발로 독자신당을 추진하다 지난 3월2일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 정치입문 1년6개월 만에 제1야당의 당 대표직까지 올랐다. 

하지만 통합 직후 진행된 지방선거 일정으로 자신이 내걸었던 정치혁신은 추진해보지도 못했고,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대세력의 '흔들기'에 자신의 리더십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다 7월 재보선 참패로 결국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 과정에서 한 때 30%도 넘었던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안 전 대표와 비견된다. 손 전 대표는 7월 재보선에서 '남경필의 아성'이었던 경기 수원병(팔달)에 출마하면서 여의도 복귀를 꿈꿨지만, 정치신인인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배를 당했고 그 충격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는 강진으로 내려가 칩거생활 중이다. 다만 최근 전대를 앞두고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중진들이 손 전 대표를 찾고 있어 장외에선 여전히 몸값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에게 올해는 정치적 명암을 모두 보여준 한해였다. 지난 5월8일 제1야당 최초의 원내 사령탑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전면에 등장했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퇴진 후 지난 8월4일 비대위원장직까지 겸임하며 일순간에 비상대권을 한손에 거머쥐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합의의 두 차례 추인 불발 사태에 이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을 둘러싼 당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국 취임한지 50여일만에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놨고, 지난 9월30일 세월호 특별법의 세 번째 합의를 이끌어낸 후 이틀만인 10월2일 원내대표직도 물러났다. 그나마 두 달간의 정치적 침잠기를 보낸 지금 전대를 앞두고 비노 진영에서 전대 출마 권유가 이어지는 등 박 전 원내대표의 주가가 다시 오르는 추세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이슈를 끌어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올해는 불운한 한해라고 과언이 아니다. 3선 교육감 도전 요청을 뒤로 한 채 지난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고 무서운 기세로 여의도 정치권에 뛰어들었지만,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경선 초반 '무상버스' 논란에 휘말리면서 김진표 전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7월 재보선에서 경기 수원을(권선)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고배를 마셨다.

일부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휘말린 김현 의원과 '대통령 연애' 발언과 '노인비하' 발언 논란에 시달렸던 설훈 의원 역시 올해는 정치적으로 유쾌하지 않은 한해였다.


gayunlov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