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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와대 문건인데 찌라시라고 해서만 될 일인가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2014-12-08 14:41 송고 | 2014-12-09 10:08 최종수정

   

/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이른바 '비선실세 및 문고리 권력' 논란과 관련해 '문건은 찌라시 풍설(風說)'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더 나아가 "찌라시에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고, "난 어떤 경우에도 흔들릴 이유가 없고, 어떤 것도 겁을 낼 필요가 없는 사람"이란 말로 비장함까지 드러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권력'의 결백에 대한 확신과 함께 해당 문건이 재고의 여지가 없는 '음해성 루머'에 가깝다는 판단이 강하게 배어있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와대에는 국정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 뿐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와 각종 민원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들이 다 현실에 맞는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것도 많이 있다"면서 "만약 그런 사항들을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그대로 외부로 유출시킨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대로 국가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는 수많은 루머와 음해성 정보가 오가는 곳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번 문건 또한 청와대의 주장대로 '루머'에 불과한 내용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전에도 청와대 내부에 '음해성 문건'이 존재했고, 이 루머가 대통령에게까지도 보고된 적이 많았다고 한다. 이전과 다른 점은 평소 '소통'이 자유로웠던 시절에는 대통령이 당사자를 불러 직접 확인했다는 정도의 차이다. 지금까지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문건에 언급된 당사자를 불러 간단한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일부 보도만 나온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나라 전체가 흔들릴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보기에 '음해성 루머'에 불과한 의혹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근본적 상황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청와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안타까운 시선이다.

물론,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를 의뢰한 이상 관련 의혹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규명은 검찰의 몫임은 틀림이 없다. 박 대통령도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검찰은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서 이 모든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하지만 사태의 발단이 된 문건이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됐고 김 실장에게 보고까지 된 '공공기록물'을 어떻게 '찌라시 풍문'으로 일축할 수 있는 지, 어떻게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 한 비서관과 문화체육부 장관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여론전을 펼치게 됐는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선 실세' 의혹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불투명한 인사(人事)로 다른 '비선(秘線)'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는 8일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 조차 '개선'을 촉구할 정도가 됐다.

이날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소통부족과 국정 운영 불투명성 등을 지적하면서 △대통령 서면보고 최소화 및 대면보고 일상화 △대국민 기자회견 정례화 △대통령-여당 대표-장관 등 당정청 협의체 정례화 등을 제안했다.

현재 공무원 연금개혁, 엔저·강달러로 인한 외부경제 충격, 경기침체 등 중대하고 산적한 국정과제들이 남아 있다. 가까이에는 이번 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있고,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재도약'과 '통일대박'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숙명적 과제가 상존해있다.

이젠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이번 '비선 실세' 논란을 단순히 '루머'로 일축할 것이 아니라 관련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의지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도 수석비서관회의나 여당 지도부를 불러 자신의 뜻을 밝히는 '방백형 소통'이 아니라 국민에게 다가가는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 같은 소통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기 2년차에 '레임덕'을 운운하기에는 현재의 경제·사회·안보의 위기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birak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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