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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출퇴근제로 '지각녀 안녕'…공공기관 유연근무

<뉴스1-고용노동부 공동기획> 근로시간 줄이고 행복 더하기⑤
대면보고 등 전통적 업무환경에 대한 간부들 인식 전환이 필수

(서울=뉴스1) 한종수 기자 | 2014-11-28 19:26 송고 | 2014-11-28 19:28 최종수정
서울 노원구서비스공단이 관리하는 노원구민센터. © News1

대학원에 다니는 김혜리(31·가명)씨는 지난해 강의 내내 '지각녀(女)'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오후 6시 퇴근이라 7시에 시작하는 강의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올해는 꼬리표를 뗐다. 퇴근시간이 오후 5시로 빨라져 여유롭게 7시 강의에 도착할 수 있게 되면서다. 퇴근이 한 시간 앞당겨진 것은 김씨가 다니는 서울 노원구서비스공단이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나인 투 식스(9 to 6)에서 출근을 한 시간 앞당긴 만큼 일찍 퇴근하거나 한 시간 늦게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등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하고 싶은 공단 만들기 프로젝트…유연근무로 직원들 '활기'

노원구서비스공단은 노원구에 소속된 각종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노원구청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2008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현재 정규직·비정규직 26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을 한다.

구민 민원이나 시설관리 등 여러 일을 하다보면 휴일이나 야간 근무 등 초과 근로가 불가피하다. 남들은 급여나 복지혜택이 좋은 공공기관에서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라고 꾸짖지만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은 늘 산더미처럼 쌓이고 시간은 부족하다. 예산은 빠듯하고 2000만원 조금 넘는 초임 연봉에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나가는 이들도 상당수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적지 않은 공단 근로자들이 초과 근로에 시달렸다. 공영주차장 관리 직원과 거주자주차 단속반, 견인보관소의 직원들은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11시간까지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당연히 업무 능률과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원구서비스공단의 과거 근로유형과 개선된 근로 유형 비교. © News1

공단은 '일하고 싶은 공단 만들기'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 대부분이 가정주부나 장년층이고 가족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호응이 컸다.

공연 업무를 주로 하는 공단 문화예술회관의 근무자는 대부분 저녁이나 주말에 공연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선택적 근로시간을 도입했다. 업무가 몰리는 저녁·주말에 근무하는 대신 다른 날은 적게 일하는 방식이다.

주차단속과 견인보관소 근로자들을 위해선 교대제 개편과 근무조 재편성으로 초과근무 원인을 해소했다. 또 시설별로 2명의 직원이 주간 2교대를 하던 체육시설 관리는 근로자 1명을 추가 채용해 근로시간을 줄였다.

각종 수당이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환영했다. 다소 경직됐던 조직문화는 유연해지고 근무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활기도 되살아났다.

김포도시공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 News1

◇공공기관 유연근무제 활용률 '쑥쑥'…경영효율화 이룬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려는 공공기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많은 기관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고 장시간노동도 개선한다는 목표를 내걸며 유연근무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들의 늘어난 부채와 방만경영 논란도 한몫을 했다. 유연근무제를 필두로 한 업무효율 극대화 등을 통해 직원 사기 진작과 경영혁신으로 연결시키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시차출퇴근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활용 중이다. 연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5일 이상 연차를 쓰면 교통비·숙박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은 청사를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업무 효율 저하를 방지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재택근무제, 근무시간선택제, 시차근무제와 같은 다양한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하도록 했다.

김포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김포도시공사는 대체휴무제, 직무공유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면서 열악한 근로조건과 복지 문제 해소에 방점을 뒀다. 동시에 조직 문화 개선, 경영 효율화까지 이룬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밖에 한국수력원자력(3018명), 국방과학연구소(2845명), 한국토지주택공사(1974명), 한국도로공사(1267명), 한국수자원공사(1205명), 근로복지공단(1197명) 등은 1000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유연근무를 활용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선원 재교육 및 해기사 면허시험 관리기관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직원들. © News1


◇제도 확산 "공감대 필수"…유연근무 할당제 도입 등 대책 주문

사실 많은 공공기관에서 제도만 도입하고 실제로 활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조를 비롯해 하위직 직원 대부분이 제도 도입·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일부 고위직들은 부정적이기도 하다.

장시간 근로개선 컨설팅에 참여한 한 공공기관장은 "공공기관도 이젠 개인과 기관이 함께 발전하는 직장을 만들 때"라며 "글로벌기업처럼 노동의 시간이 아닌 노동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에서 유연근무를 확산하려면 조직원들의 공감대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대면보고 등이 일반화된 전통적 업무환경에서 간부들의 인식 전환이 없다면 제도를 도입해도 쉽게 선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시간 근로개선 컨설팅을 담당하는 노사발전재단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제도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며 "때문에 간부를 대상으로 한 인식 전환 교육과 부서별 유연근무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jep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