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오펙 감산 불발은 사우디가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유가 전쟁'?

오펙, 감산없이 일일 3000만배럴 생산 한도 지키키로
유가, 6월 이후 약 30% 급락…WTI, 배럴당 70달러 붕괴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11-28 17:00 송고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가 30% 이상 급락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AFP=News1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가 30% 이상 급락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AFP=News1

석유생산국기구(OPEC)의 주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석유매장량과 생산능력을 이용해 석유공급량을 자체적으로 줄이거나 늘려서 가격을 조절하는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80년대 산유국들이 오랫동안 생산한도(쿼터)를 지키지 않고 증산에 나선 일이 있다. 줄어드는 수요에 사우디의 일일 생산량은 1981년 900만배럴 수준에서 1985년 300만배럴 수준으로 급락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사우디는 1985년 시장 점유율 회복을 선언하면서 증산에 나섰고, 국제유가는 1985년 11월 배럴당 31.72달러에서 1986년 3월에 10.42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사우디는 스스로도 막대한 내상을 입었지만 당시 상당수 북해 유전업체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없고 쿼터를 어겨가며 증산을 일삼았던 나머지 오펙 회원국들은 굴복했다.

오펙은 1986년 12월에 새로운 생산 공유에 합의했고 사우디는 시장 점유율을 되찾았다. 당시 미국의 피해도 무척 컸다. 유전 지대가 밀집돼 있는 오클라호마에선 실업률이 8.9%, 텍사스는 9.3%로 뛰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이 7% 수준이었다. 오클라호마에서 생산량이 8.3%, 텍사스에서 7.1% 하락한 것이 실업률 상승의 배경이었다.

◇사우디, 美 셰일가스와 한판 승부?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가 30% 이상 급락했지만 사우디가 오펙 내 몇몇 국가들의 감산 요구를 외면하자 사우디가 미국 셰일오일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셰일가스는 시추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원유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사업 지속이 어려워진다. 셰일가스 추출기술이 하루 다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은 70~80달러이상을 유지해야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전략 변경은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지난 10월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사우디 관리들이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에게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대략 80달러 선까지 하락해도 1년 혹은 2년 정도는 이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고 한 발언은 사우디가 과거의 전략을 쓰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낮은 유가가 지속되더라도 중기적으로 보면 신규 투자를 제한시키고 미국 등에서 셰일 공급을 추가 확대하는 것을 막아 사우디의 수익은 보다 개선될 것으로 사우디는 보고 있다고 모임에 참석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는 보도했다. 사우디는 유가가 100달러 선이 돼야 원유를 팔아서 예산을 꾸릴 수 있다.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 업체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국 에너지 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최고경영자(CEO) 스코트 세필드는 지난 5일 실적발표장에서 "미국 셰일 오일을 상대로 시장 점유율을 놓고 사우디가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콘티넨탈 리소시스의 CEO 해럴드 햄은 "우리가 여기가 다룰 점은 여기 미국에서 오랫 동안 지속될 부흥이다"며 "오펙이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27일(현지시간) 열린 오펙회의에서 감산은 결정되지 않았고 유가는 추가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자거래에서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4.64달러(6.3%) 하락한 69.0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정규 거래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진행되지 않았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5.17달러(6.7%) 하락한 72.58달러를 나타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배럴당 달러)과 주요 산유국이 균형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유가(MEET, IMF, CITI 자료) © News1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배럴당 달러)과 주요 산유국이 균형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유가(MEET, IMF, CITI 자료) © News1


오펙은 3년 전에 일일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제한하기로만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한도를 넘어섰다. 각국이 글로벌 오일마켓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기존 한도를 고수하게 되면 지난 10월 수준과 비교할 때에 일일 약 30만배럴의 감산 효과가 난다.

하지만 원유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중이며 오펙의 가격 영향력은 과거만 못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가격 하락을 허용하는 식으로) 오펙의 대응 방식이 바뀌었지만 미국 셰일 오일이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인식이 시장에 있다"면서 "사우디가 이달에 아시아에서 가격을 낮췄을 때에 시점 점유율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셰일혁명이 진행된 새로운 세상에서 이 같은 대응은 놀랍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미 점유율 경쟁에 휘청대는 산유국들

반면 경제가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유가 급락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흡사 고래싸움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겪이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러시아는 올해 들어 이미 환율방어를 위해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유가 급락은 직격탄이 됐다.

러시아의 경우,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면서 올초 이후 외환보유액 900억달러가 줄었다. 러시아는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원유는 국내총생산(GDP)에서 10%, 연방예산수입에서 약 5%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자원이다. 모간스탠리는 "유가가 10%하락할 때마다 원유와 가스 수출에서 GDP의 약 1.6%에 달하는 324억달러가 감소하고 정부 세입은 190억달러가 준다"고 진단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26일 미 달러화 대비 나이라화 환율의 중간값을 달러당 155나이라에서 168나이라로 8.4% 인하하고 일일 환율 변동폭은 3%에서 5%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혀 환율 방어에서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나이지리아는 자체 소비되는 제품의 약 80%를 수입하며 외화벌이의 95%는 원유 수출에서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절박하다. 베네수엘라는 외화수입의 96%가 원유수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유가가 1달러 하락할 때마다 일년 동안 7억달러의 이익이 줄게 된다.이라크와 이란 역시 유가 하락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