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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오만과 편견' 명장면 다섯, 씁쓸한 우리 사회 자화상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2014-11-28 14:18 송고
'오만과 편견'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의 자화상을 반영해 호평받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 / 연출 김진민)은 지난달 27일 1회 방송을 시작한 이후 5주 연속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사건 진행과 사람 냄새나는 휴머니즘 스토리, 남녀 주인공들의 달콤한 로맨스가 균형감 있게 다뤄지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오만과 편견'은 사회의 약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아픔을 드라마 곳곳에 녹여내 시청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MBC '오만과 편견'이 사회에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호평받고 있다. © MBC, 본팩토리
MBC '오만과 편견'이 사회에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호평받고 있다. © MBC, 본팩토리


▲명장면 1. 가난한 아버지의 조용한 절규…"없이 사는 사람들에겐 법은 너무 멀리 있네요"

'오만과 편견' 5, 6, 7회에서는 성형외과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하다 끝내 자살하고 만 비정규직 간호조무사 차윤희의 이야기가 조명됐다. 7회에서 차윤희의 아버지는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거를 쥐게 됐음에도 불구, 끝내 소송을 포기하고 원장에게 합의금을 받는 길을 택했다. 
한열무(백진희 분)는 차윤희의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설득했고, 차윤희의 아버지는 "저도 검사님처럼 그 새끼 때려죽이고 싶다. 그런데 그 더러운 돈, 우리 딸 목숨 값이 우리한텐 밥이고 생명이다. 저희 같이 없는 사는 사람들한텐 자존심도 사치인 세상이다"며 "없이 살다 보니 법은 너무 멀고 옳은 일 같은 건 너무 무겁네요"라고 절규하며 지저분한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울분을 터뜨렸다.  

▲명장면 2. 자살한 비정규직 여성의 마지막 고백…"난 왜 하필 정직원이 꿈이었을까"

7회 말미에는 죽은 비정규직 간호조무사 차윤희의 생전 마지막 행보가 그려졌다. 차윤희는 죽기 직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찾았지만 돈이 아까워 차마 티켓을 살 수 없었고, 친구 송아름(곽지민)과 통화하며 진심을 털어놨다. 그는 "난 왜 하필 정직원이 꿈이었을까? 그거 돼 봤자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티켓 하나 맘 놓고 못 사는데"라며 죽기보다 싫은 일을 참고 견뎌도 조그마한 행복 하나 잡을 수 없던 자신의 삶에 회의를 드러내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명장면 3. 힘없는 한별이 아빠가 멈출 수 없는 이유…"아빠가 힘이 없어서, 못나서 못 잡는 거면 더 그만둘 수 없어"

8회에서는 과거 한열무와 한열무의 아빠(정성모 분)의 대화가 공개됐다. '한별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아빠에게 열무가 "그만하자. 이제"라며 포기를 권유했고, 한열무의 아빠는 "아빤 못 그만둬. 아빠가 힘이 없어서 못나서 못 잡는 거면, 더 못 그만둬"라며 "힘도 없고 못난 주제에 해 보는데 까지 해보지도 않으면 나중에 우리 한별이 어떻게 만나니. 미안해서"라고 뜻을 굽히지 않아 눈물샘을 자극했다. 

▲명장면 4. 리어카 할아버지의 소박한 행복…"그것 600원은 할 것 같은데"

9회에서는 폐지를 줍는 리어카 할아버지의 소박한 소망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이장원(최우식 분)과 유광미(정혜성 분)는 취업 준비생 고영민이 훔쳐간 사건 파일을 버렸다는 할아버지의 폐지 리어카를 찾아냈던 상황이다. 파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박스를 돌려받은 장원과 광미는 할아버지에게 폐지 값을 쳐주겠다고 가격을 물었다. 이에 할아버지가 "그게 값이 꽤 된다. 육백 원은 될 거 같은데"라고 조심스레 가격을 밝혔다. 예상 밖의 대답에 놀란 이장원이 "육백 원이요?"라고 재차 되묻자 할아버지는 "그 돈이면 컵라면 하나 사먹을 수 있다"는 대답으로 이장원과 유광미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명장면 5. 막다른 길에 몰린 취업 준비생의 처절한 외침…"약한 사람들도 좀, 같이 먹고 살면 안 돼요?"

특히 9회에서는 대한수출입은행 채용비리를 고발한 취업 준비생 고영민의 처절한 외침이 시청자들을 귀 기울이게 했다. '열정 넘치는 취준생이 무려 32명이나 고소한 사건'이라고만 치부됐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막다른 길에 몰린 이 시대 젊은이의 억울함이 서려있었다.

고영민은 "꿈 따윈 다 접고, 그저 평생 먹고 살 일이 겁나서 청춘이고 연애고 다 묻어둔 채 죽자고 공기업 준비한 거다. 그런데 난 떨어지고 주상훈 같은 애가 되니까 나도 확 돌겠더라"며 공평치 못했던 합격 기준에 분노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도 안다. 강한 사람들만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거"라며 "그럼 약한 사람은요? 약한 사람들도 좀 같이 먹고 살면 안돼요?"라고 외쳐 여운을 남겼다. 

MBC와 공동 제작사 본팩토리 측은 "'오만과 편견' 속에서 검사들이 맞닥뜨리는 사건과 법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 또는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며 "그런 만큼 우리 드라마가 특별한 사람들보다는 보통 사람들, 강자보다는 약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만과 편견'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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