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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더' 불래도 '훅'…연말 음주운전 단속현장 가보니

강남구 압구정로 2시간 단속에 4명 면허취소·정지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11-27 12:15 송고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26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대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시민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26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대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시민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26일 밤 9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역 술집에서 지인들과 소주 반병을 마셨다는 A씨. 그는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들이대자 '훅'하고 짧게 불기를 반복했다.

    

A씨의 짧은 호흡에 음주측정이 안되자 경찰은 제대로된 측정방법을 재차 설명했다. "감지가 전혀 안되네요. 그만할 때까지 풍선 불듯이 세게 불어야 돼요. 아시겠죠? 더더더더더".

    

결국 3번째 측정에서야 음주수치가 감지된 A씨. 음주측정기에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17%가 기록되자 그의 입에서는 나즈막한 탄성이 터졌다. "어우, 짜증나".

    

A씨는 "지인들끼리 간단히 마신 술이었는데…"라는 말을 남긴 채 대리기사를 불러 집이 있는 홍대로 귀가했다.

    

연말을 앞두고 이날 밤 10~12시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실시된 음주운전 단속현장에서 음주가 감지돼 경찰조사를 받게 된 운전자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경찰관에게 연달아 물을 달라는 운전자부터 화장실을 보내달라는 운전자까지 면허정지나 취소 등 처벌을 피하기 위한 '얌체짓'도 가지각색이었다.

    

B씨는 다른 운전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음주측정 전에는 물을 한 잔만 준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도 "왜 안주느냐"며 떼쓰기를 반복했다.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쉰 뒤 음주측정에 응한 B씨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0.052%가 나오자 "기계가 잘못된 것 같다"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밖에도 대리기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라거나 집이 가까워서 직접 차량을 몰았다는 운전자들도 이 같은 변명을 했지만 결국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운이 좋게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 훈방조치된 운전자들은 한결 같이 "다시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강남경찰서는 교통과 교통안전계 1팀 소속 경찰관 7명을 동원해 압구정로의 왕복 6차선 도로 양방향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일부 경찰관은 음주단속 현장을 목격하고 우회로로 도주하는 차량을 잡기 위해 인근 골목에 배치됐다.

    

하지만 단속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우회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관이 100여m를 뛰어다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2시간 동안 이뤄진 단속에서 음주가 감지된 운전자는 모두 7명으로 이 중 4명은 면허 취소 또는 정지가 됐고 3명은 치수미달로 훈방조치됐다.

    

교통안전계 1팀장 차윤환(55) 경위는 "음주운전 단속은 365일 실시된다"며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신 운전자들은 반드시 택시를 타거나 대리기사를 불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성탄절,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 늘어나는 연말에 음주운전 증가가 우려되는 만큼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2개월간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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