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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예고 통보, 아파트 경비원 협박하는 것"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78명에 '예고통보서' 보내
작성 거부한 경비원에게 "징계위 회부" 경고해
해고된다면…"갈 데가 경비 밖에 없다" 무력감 토로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2014-11-25 18:52 송고 | 2014-11-26 08:12 최종수정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이 분신한 동료 이모씨를 추모하는 근조 리본을 달고 있다.(뉴스1 자료사진) © News1 송은석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이 분신한 동료 이모씨를 추모하는 근조 리본을 달고 있다.(뉴스1 자료사진) © News1 송은석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오후 시간대 찾아간 이 아파트는 외견상으로는 여느 아파트 단지와 다를 게 없었다. 일부 경비원들은 낙엽을 쓸고 택배를 대리 수령하는 등 본인들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78명 모두는 지난 19일과 20일 '예고통보서'라는 서류를 한 장씩 받았다. 다음달 31일을 기해 해고하겠다는 통보서였다. A조와 B조 등 두 개 조로 나눠 24시간 근무하는 특성이 있어 조별로 각기 다른 날짜에 서류를 받은 것이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의 정년은 60세다. 관리사무소측의 필요에 의해 정년을 넘겨 일하고 있는 일부 경비원을 포함해 올해는 총 19명이 정년퇴직 대상자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정년퇴직 연령 도달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경비원들에게 예고통보서를 보냈다.
 

관리사무소는 A4 용지 한 장을 위 아래로 나눠 '예고통보서'와 '수령증'을 만든 뒤 각각 이름을 적게한 후 수령증을 걷어갔다.
 
예고통보서와 수령증에 이름을 써 관리사무소에 낸 경비원은 총 68명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는 작성을 거부한 경비원들에게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 아파트 경비원 A씨는 "(관리사무소가) '예고통보서'라는 이상한 문서를 만들어 경비원들에게 받아갔다"며 "이는 경비원 협박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놓고 아파트 경비 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주식회사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막적으로 서로 연계를 가지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비 업무 용역을 놓고 공개경쟁입찰을 하는 것처럼 보인 뒤 한국주택관리주식회사가 최저 비용을 써내 다시 용역을 수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비원 전부 또는 일부를 해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나이가 많은 경비원들이 해고 우선적 해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해고예고통보'일 뿐 실제 해고는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매년 써 온 서류일 뿐이고, 실제로 결정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경비원 B씨는 "(지금 시점에서) 해고 여부가 정확하게 결정났다고 얘기하기는 애매하다"며 "다음달 중순쯤 되면 어느 정도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A씨는 "매년 해고통보서를 보내는 것 자체가 (관리사무소가) 주택법 등을 어겼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A씨는 "민주노총이 구심점이 돼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경비원 C씨는 "경비원 중 19명이 정년퇴직 대상자"라며 "경비원 사이에서도 분파가 갈려 (해고 예고 통보를 받고 난 이후) 의견 통일이 쉬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실제로 해고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경비원 자리를 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우리가 갈 데는 경비 밖에 없다"며 무력감 속에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대책마련 및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연석회의는 "주민의 폭언과 부당대우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의 죽음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신현대아파트는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며 "아버지들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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