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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수능, 위원선정·EBS연계 이참에 손봐야 (종합)

특정 대학 위주, '교수-출제'·'교사-검토' 체계로 오류 가능성 커
EBS 교재 70% 출제로 문제풀이 집중…"사교육 절감효과" 반론도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2014-11-24 18:12 송고 | 2014-11-24 22:07 최종수정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을 확정·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을 확정·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해 세계지리에 이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생명과학Ⅱ와 영어 출제 오류가 24일 확정되면서 수능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으면서 학맥 위주로 구성되는 출제위원 선정 시스템부터 문제풀이 기술만 가르치도록 교육현장을 왜곡하는 EBS 교재와의 연계정책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번 같은 상황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출제위원 선정과 구성 시스템 전면 개편해야

일단 교수가 출제하고 교사가 검토하는 수능 출제위원 구성 방식이 출제 오류 예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대다수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수능 출제위원들은 모두 316명으로 75% 이상은 대학교수이고 나머지가 현직 고교 교사들로 구성됐다. 교수들 중심의 출제위원들이 문항을 만들면 검토위원을 맡은 교사들이 문제의 오류를 판단해 문제가 있으면 수정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출제 교수들이 검토 교사들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수학처럼 명확하게 오답이 구분되지 않는 과학이나 영어 영역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는 애매한 상황이면 교사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출제위원들이 서울대 사범대나 한국교원대 등 특정 대학 출신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선후배 사이에서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난이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도 지적된다.

게다가 출제위원으로 선발되면 수당으로 1000만원 정도가 지급되기 때문에 학연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선발하는 측면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출제와 검토가 평등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출제와 검토에 각각 교수와 교사 비중을 절반씩 하거나 출제를 교사들이 하고 검토를 교수가 하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출제시간과 검토 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교수와 교사 등 출제위원이 단기간에 합숙하며 출제하다 보니 출제 문항을 제대로 검토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시험지 인쇄 과정 등을 고려하면 실제 출제 기간은 보름이 조금 넘는다.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무결점의 수능 문항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고 일부 출제위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70%에 달하는 EBS 연계율 재검토 필요

수능이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문제풀이 기술 테스트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EBS 교재 중심의 출제가 이 같은 폐단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EBS 연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수능 사교육을 줄이겠다면서 연계율을 70%까지 높이자 고3 교실에서는 교과서 대신 EBS 교재 풀기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커져 왔다.

게다가 EBS 교재는 제작 기간이 7~8개월로 교과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짧아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능 출제위원들이 연계율을 빌미로 EBS 교재의 문항을 그대로 가져다 쓰다보니 출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실제 올해 1~4월 EBS 교재에 대한 오류 제기가 898건에 이르고 있다. 출제 직전까지 제기된 오류까지 포함하면 2000여 건이 넘을 것이라는 게 박홍근 의원실의 설명이다.

올해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확인된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도 EBS 교재와 연계해 출제된 문제다. 지난달 항소심에서 오류로 확정된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도 EBS 교재를 바탕으로 출제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 EBS 측은 "올해 발간된 102권의 수능 교재 가운데 오류로 확인된 건 8건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교과서에서 17건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EBS 수능 교재를 만드는데 7~8개월이 걸려 다른 학습지 교재보다 제작기간이 3배 이상 길다"며 "올해와 지난해 출제 오류 문항의 경우에는 EBS 교재 문제 그대로가 아니라 변형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문제 출제 방식과 검토 과정 등 EBS 교재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사교육비 절감에 있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연계 정책 자체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EBS 교재 연계 출제에 대해서는 특히 입시학원들의 반대가 크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교육부 개선 계획 맞춰 수능 체제도 재검토해야"

교육부도 이날 수능 출제 오류를 확인하면서 가칭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다음달 중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위원장은 외부인사로 영입 선임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주축으로 구성·운영될 것"이라며 "교육계 인사뿐만 아니라 법조인과 같은 다양한 비교육계 인사도 참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3월 최종 개선안을 마련해 2016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내년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기회에 수능 체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수능이 1994년부터 21년간 이어져 오면서 출제방식과 문항이 정형화돼 평가방법으로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수능을 대학입학 자격시험으로 바꿔 지나친 입시경쟁의 폐단을 줄이고 학교생활기록부와 대학별 고사 등 수능 외의 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학교 교육 이외의 요인이 대학 합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교육 중심의 입시가 더욱 확대·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p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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