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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야동' 보여준 교지 편집장…서울시립대에 무슨 일이

"피해 학생이 사생활 문란" 등 상호 비방, 맞소송 끝에 "성추행 사실은 인정" 판결
"소속 진보운동 단체의 성폭력 대처도 미흡했다" 판단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4-11-24 16:03 송고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 ㄱ씨는 지난 2012년 11월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의 성폭력 가해 사실과 A모 단체의 성폭력 방임을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타 대학 교지 편집부원들과 함께 간 MT 자리에서 교지 편집장 이모씨와 편집위원 ㄴ씨가 휴대폰을 이용해 강제로 음란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임신은 어떻게 하는지 아냐?" 등 과도한 성적인 농담과 야유를 했다는 것이 ㄱ씨의 주장이었다.
 
또 이씨, ㄴ씨 등이 소속된 진보학생운동 단체인 A단체 역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며 "진보를 포함한 학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교지와 A단체가 성폭력 사건에 대해 매우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ㄴ씨 측과 A단체가 "ㄱ씨는 과거 성매매를 한 사실이 있다"며 ㄱ씨의 사생활이나 A단체 내에서의 태도를 문제삼는가 하면 ㄴ씨 측이 "오히려 여성인 ㄱ씨가 남성인 ㄴ씨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문건을 여러 언론사에 배포하면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 ㄴ씨 측은 ㄱ씨 측의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소송까지 냈다. 이에 대해 ㄱ씨 측 역시 ㄴ씨의 성추행과 허위사실 유포로 손해를 입었다며 맞소송을 내면서 사건은 결국 학교가 아닌 법원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이씨가 ㄱ씨에게 강제로 음란한 동영상을 보여준 사실을 인정하면서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진보학생운동 단체로 분류되는 A단체가 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처를 미흡하게 했다는 사실 역시 인정했다.
 
다만 ㄴ씨가 이씨의 성폭력 행위를 방조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ㄴ씨가 직접 음란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ㄱ씨에 대해서 ㄴ씨와의 관계에서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7단독 허명산 판사는 ㄱ씨가 ㄴ씨를 상대로 낸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ㄴ씨가 ㄱ씨를 상대로 낸 2000만원 상당의 맞소송에서 "각각 상대방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달 29일 양측 모두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허 판사는 가장 쟁점이 됐던 '이씨가 ㄱ씨에게 휴대폰으로 음란한 동영상을 강제로 보여줬느냐'는 부분에 대해 "당시 이씨가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음란 동영상을 ㄱ씨에게 보여줬고 ㄱ씨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ㄱ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소송을 낸 ㄴ씨에 대해서는 "후배인 ㄴ씨로서는 선배 이씨의 행위를 말리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이씨의 행위를 묵인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해도 ㄱ씨에게 강제로 음란 동영상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ㄴ씨도 이씨와 함께 강제로 음란 동영상을 보여줬다'는 ㄱ씨의 주장은 허위사실로 ㄴ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ㄴ씨의 행위는 이씨가 ㄱ씨에게 음란 동영상을 보게 하는 행위를 용이하게 해 성추행을 방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ㄴ씨의 행위 역시 ㄱ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A단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 역시 인정했다.
 
허 판사는 "이씨에 의한 성폭력 행위, A단체의 대처 행위가 미온적이었다는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ㄱ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오히려 ㄱ씨가 나를 성추행했다"는 ㄴ씨의 주장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비록 ㄱ씨의 주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언론사에 유포됐지만 ㄱ씨로서는 공개되기를 원치 않는 내용이 공개돼 여성으로서, 대학생으로서 피고의 품성, 명성 등 인격적 가치가 침해됐다"며 ㄴ씨에게도 ㄱ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ㄱ씨의 신고를 접수한 학내 양성평등센터는 진상조사 끝에 지난해 5월 이씨를 주 가해자로, ㄴ씨를 부 가해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뒤 두 사람에게 성인지 재교육 의무 이수를 명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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