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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논란' 수능 생명과학Ⅱ·영어 복수정답 처리

교육당국 "수험생·학부모에 깊이 사과"…"내년 3월까지 수능 출제체제 근본 개선안 마련"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11-24 10:58 송고 | 2014-11-24 11:18 최종수정
황우여 교육부장관(왼쪽)과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황우여 교육부장관(왼쪽)과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교육당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 논란이 빚어진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을 복수정답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여론의 지적에 굴복한 것으로서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기존 정답을 맞힌 수험생과 새로 정답을 인정받게 되는 수험생 간의 희비가 엇갈리는 등 올 대입에서 큰 혼선이 빚어지게 됐다.
교육부는 잇단 출제 오류 사태를 계기로 내년 3월까지 수능 출제체제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4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정답 확정 및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김 원장 단독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지만 전날 오후 뒤늦게 황 부총리도 참여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사안의 민감성,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평가원에 따르면 마감시한인 지난 17일 오후 6시까지 자체 홈페이지에 접수된 이의 신청은 1338건이었다. 문제·정답과 관련없는 의견 개진, 취소, 중복 등을 제외한 실제 심사대상은 131개 문항, 1105건이었다.

평가원은 관련 학회 자문과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심사 등 절차를 거쳐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해서는 '4번' 외에 '2번'도 정답으로 판정하기로 했다. 또 영어 25번 문항에 대해서도 '4번' 외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이의신청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은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이었다.

해당 문제는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을 묻고 있으며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유형이다.

일부 수험생과 전문가들은 "선택지 'ㄱ'에서 'RNA 중합 효소는 그림 ㉠에 결합한다' 라는 표현은 RNA 중합 효소가 최초로 프로모터에 붙는 것을 의미한다"며 "RNA 중합 효소는 프로모터에 결합하는 것이지 조절 유전자에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RNA 중합 효소가 조절 유전자에 결합한다는 내용은 교과서에 제시돼 있지 않아 교육과정을 벗어난다"는 논리도 폈다.

평가원은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미생물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등 3개 전문학회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교육과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표현상의 문제 등으로 여러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기에 2번과 4번 모두를 정답으로 봐야 한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영어 영역 25번 문항의 복수 정답 처리 여부는 다소 쉽게 판가름났다.

영어 25번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12~17세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에 관한 도표를 통해 틀린 예시를 찾는 유형이다.

평가원은 정답으로 '2012년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은 2006년의 3배 정도'라고 풀이한 '4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퍼센트포인트를 퍼센트라고 통계 용어를 잘못 쓴 '5번'도 정답으로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평가원은 "출제에 참여치 않은 통계학 교수, 통계청 실무자 등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한 이의심사실무위를 통해 퍼센트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반면 퍼센트포인트는 백분율 간의 차이를 나타내기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퍼센트는 기준량을 100으로 보았을 때 비교하는 양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인 반면 퍼센트포인트는 이러한 퍼센트간의 차이를 표현한 것으로 양자는 엄연히 다르다.

통계청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는 간단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다"며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평가원은 이의접수된 131개 문항에 대한 심사결과와 함께 수험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논란이 제기된 11개 문항에 대해서는 상세 답변을 홈페이지(www.kice.re.kr)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또 "출제체제 개선 등의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항 오류가 재발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며 사과했다.

교육부는 연이은 수능 오류 사태를 계기로 내년 3월까지 수능 출제체제의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오류 문제 책임 소재 및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가칭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개선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교육계 인사는 물론 법조인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수능 출제·운영 시스템을 진단하고 문제점과 원인을 짚어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출제·검토 위원의 인적 구성, 교수·교사 비율 및 역할, 문항 출제·검토 절차 등의 합리적 시스템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위원회를 꾸려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내년 3월 최종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확정된 수능 개선방안은 비슷한 시기 공개되는 2016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반영되며 내년 6월 모의평가부터 본격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지리 8번 문제 오류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출제 오류 대형 사고가 터짐으로써 교육당국의 수능 종합 대책은 신뢰성이 의문시되면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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