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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엄마는 요즘,"매일 우는 딸, 가슴 아파"…전문가 조언은(종합)

'수능맘'이 전하는 입시와 사교육…사이트 뒤지고 설명회 쫓아다니며 전전긍긍
전문가 "수능 자격시험 수준 단순화", "가정·학교서 자녀 꿈 발현하도록 도와줘야"
학부모들 "입시 실패가 인생 실패는 아니라는 공감대 확산 필요" 한 목소리

(서울=뉴스1) 사건팀 | 2014-11-23 18:27 송고
이화여대 201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형들이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사진은 해당 기사내용과 무관) 2014.11.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화여대 201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형들이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사진은 해당 기사내용과 무관) 2014.11.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3일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지 꼭 열흘째다. 영어와 생명과학Ⅱ 과목에서는 복수 정답 논란으로 인해 여진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고 주말마다 각 대학에서는 수시 시험을 치른다.

수학 B형 과목에서는 모든 문제를 맞춰야 1등급이 되고 영어 과목은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리면 2등급으로 미끄러진다. 변별력이 약한 물수능에 학생들이 끙끙대고 있다.

학생이 속앓이를 하니 부모도 마음도 편치 않다. '수능맘'들은 어떤 시각으로 수능과 사교육,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까.


임지영(42)씨는 "매일 우는 딸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임씨의 딸은 한 국립대에 수시로 지원했지만 수능 예상 성적이 좋지 않다.


임씨는 "1년 동안 하루에 4~5시간 밖에 안 자면서 계획적으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다"며 "가고 싶던 대학에 (수시로) 지원했는데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울고 있다"고 했다.


아이가 불안해하면 똑같이 불안한 것이 부모 마음이다.

인천의 한 일반고에 다니는 딸을 둔 윤해숙(48)씨는 수능이 끝난 이후 입시 사이트를 드나들며 영어 영역의 예상 등급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윤씨의 딸은 가채점 결과 어려웠던 언어영역에서는 평소 성적보다 약간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상대적으로 쉬웠던 외국어영역에서는 아는 문제를 실수로 틀렸다.


윤씨는 "함께 오답노트까지 만들어가며 외국어 영역에 신경썼는데 솔직히 속상한 마음도 있다"면서도 "누구보다 (아이가) 고생한 걸 옆에서 지켜봐온 게 엄마 아니겠느냐"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윤씨의 딸은 얼마 전 서강대 인문계열 논술고사를 치렀다. 수능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이들 가족은 수시 모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현재 수능이 가진 구조적 한계라고 지적한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떤 대학에 들어가느냐가 학생의 인생에 중요하긴 하지만 또 너무 절대적인 잣대로 적용이 돼 거기에 매달리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아이들이 (수능만을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배경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안 부소장은 "본래 수능이라는 것은 고교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 대학 수준의 수학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험"이라며 "그러나 수능이 오랫동안 학생들을 줄세우는 과정에 사용됐고 학생들도 여기에 목숨을 걸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능맘들은 이같은 속앓이뿐만아니라 입시설명회에도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김진희(44)씨는 "입시전략을 짜려면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느냐"며 "인터넷으로 찾는 것보다는 한 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맘들은 사교육과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다. 

최정희(49)씨는 "서울 강남에 사는 친구의 자녀들이 한 과목에 350만원짜리 과외를 받는 것을 보고 답답했다"며 "그 부모들은 자녀의 점수가 안 나오니까 과외를 시킬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올바른 교육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 아이가 다닌 자율형사립고에서는 교과 위주 수업에 충실하지 않았는데 교사들은 학생들이 이를 이미 마치고 온 것으로 보고 자체적으로 만든 교과서로 수업을 했다"며 "우리 아이는 혼자 교과서로 공부하고 모르는 내용은 선생님에게 물어본 뒤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선영(47)씨도 "서울은 학원도 많고 사교육 인프라가 풍부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며 "남들 해주는 걸 못해서 미안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시 시험을 보러갈 때마다 적지 않은 돈이 나가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를 보면 뭔들 못해주겠느냐"며 "뉴스를 보면 서울 대치동에서 논술 특강을 듣는 아이들도 적지 않은데 우리 아이는 혼자서 공부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2015 대입 최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지원 배치표를 보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2014.11.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2015 대입 최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지원 배치표를 보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2014.11.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와 관련해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수능시험의 단순화'를 그 해법으로 제안했다.


그는 "경쟁 자체를 현실적으로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수능을 '자격고사' 수준으로 바꿔야한다. 수능시험이 복잡해지다보니 학생 외 엄마들까지 입시정보를 취합하는 과열된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학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다른 엄마들과 달리 자녀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입시설명회 등에 참석하지 못하면 정보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중차별을 겪을 수도 있다"며 "현재 수능 정책은 진정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현재 수능 정책이 갈수록 변하고 복잡해지면서 사회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고 했다.


실제 수능맘들은 자녀의 재수 문제에 대해서도 복잡한 심경이다.


임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응급실에 간 날도 많았다"며 "그렇게 예민한 아이가 다시 1년을 버텨야 한다는 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아이는 재수를 희망하지만 쉽사리 허락할 수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윤씨는 "재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수능)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차분히 지원전략을 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시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아이와 따로 논의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수험생이면 부모도 수험생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재수보다는 한 번에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만큼 지난 1년이 힘들었다는 뜻이 아닐까.


아이의 행복은 곧 엄마의 행복이다. 이들 모두 아이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윤씨는 "수능이 끝나면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상심해서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최씨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이미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이후 서서히 자존감이 무너지는데 집에서까지 그런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며 "대학이 아니어도 사회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는 게 인생의 실패는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씨도 역시 "1년 동안 고생했던 것 다 잊고 대학에 가서 즐겁게 생활하고 취업도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엄마와 가족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가정과 사회에서부터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근식 교수는 "수능 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관심있게 들여다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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